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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기동향

[상장사 좀비기업 들여다보니] <상> 경기회복 걸림돌

[상장사 좀비기업 들여다보니] 경기회복 걸림돌

#. 지난 8일 오후 전남 영암 대불국가산업단지(대불산단). 전남 지역 최대 산업단지 중 따가운 태양빛 만이 녹슨 쇠를 달구고 있었다. 한창 일할 시간이었지만 선박 모듈(선박을 이루는 부분) 제작용 크레인은 낮잠을 자고 있었다. 선박용 몸체인지 구분이 안가는 반쪽짜리 블록도 바닥에 몸을 기댄채 있었다. 텅 빈 왕복 8차로 도로엔 '긴급 대출' 같은 현수막이 먼지를 뒤집어쓴 채 흉물 처럼 휘날렸다. 이 곳에서 만난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4~5년 전 호황기 때만 해도 24시간 철야 작업을 할 정도 였다. 일감이 줄다 보니 하나 둘 떠나는 이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 인천에 본사를 둔 보루네오가구. 지난 6월 상장폐지 결정을 내렸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회장)와 중견 건설사가 2년여의 경영권 다툼을 벌이는 사이 회사는가 엉망이 된 것. 이미지는 땅에 떨어졌고, 소비자들은 공장에서 생산된 가구를 외면했다. 지난해 연말 기준 자본총계 대비 자본금 비율이 42.7%를 기록하며 자본잠식이 50% 이상 발생했다. 또 이자 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부실 상태가 3년 이상 지속했다.

실물경제의 위기는 경제 전반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영업이익률 추이와 매출액 증가율을 보면 우리 경제의 활력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음이 드러난다. 500대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98년 5.95%에서 2009년 5.31%로 떨어졌고 2015년엔 4.51%까지 하락했다. 매출액 증가율도 98년 2.33%에서 2009년 5.54%로 올라갔지만 지난해엔 2.17%로 추락했다. 미국 중국 일본 등과 비교해서도 낮다.

그런데도 은행 빚과 국민 혈세로 수 년째 '산소호흡기'를 달고 연명하는 기업들이 있다. 한국 경제에 큰 짐이다. 겉으로는 경기침체와 업황부진 등이 이런 좀비기업(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 증가의 가장 큰 이유지만, 과거의 틀에 갇힌 채 4차산업혁명 시대에 생존 콘텐츠개발을 게을리 한 탓이라는 지적이 많다. 또 허약한 기업에 대한 정부의 퍼주기식 지원이 이뤄지고 있고, 이에 대한 감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라는 지적이 나온다.

◆좀비 기업 경제활력 떨어뜨린다(?)

11일 메트로신문이 2017년 2분기 상장사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12월 결산법인(1∼12월) 상장사 중 42곳이 부채비율 100% 이상이면서 이자보상배율은 3년 연속 1 미만이었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라는 것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했다는 뜻이다.

기업 42곳을 업종별로 분석한 결과 제조, 건설 등 업종이 많았다.

이들 중 부채비율이 200%를 웃도는 기업은 절반(21곳)이나 됐다. 7곳은 부채비율이 500%를 넘었다. 이는 상장사의 문제만도 아니다.

또 이들 42개사의 2분기 만기도래 차입금은 4조8665억원, 만기도래사채는 5025억원, 이자발생부채는 10조9833억원에 달했다.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빌린 돈의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지난 2015년 기준으로 전체 기업의 12.7%나 됐다. 2011년엔 9.35%였다.

산업연구원의 '한계기업 비중 확대와 생산성 둔화' 보고서의 내용이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의 한계기업 비율이 2011년 5.43%에서 2015년 8.91%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서비스업의 한계기업 비중도 14.09%에서 17.13%로 늘었다.

김원규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계기업이 한국경제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라며 "경제 성장을 위해 기업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산업별 특성을 반영함으로써 구조조정이 국내 산업의 붕괴보다는 경쟁력 강화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이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가 '저성장의 덫'에 빠진것도 좀비 기업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좀비 기업과, 여기에 잠긴 생산적 자원이 크게 늘어났다며 이탈리아를 대표적인 나라로 소개했다. 실제로 이탈리아 좀비 기업이 전체 산업자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7년 7%에서 2013년 19%로 늘었다. 이런 상황이 빚어지면 "좀비 기업이 시장을 혼잡하게 만들고 해당 산업의 이윤을 떨어뜨릴 수 있기 (임금이 생산성 증가율보다 높게 오르고 시장에서 판매되는 상품가격 상승을 억제함으로써) 때문에" 문제라고 경제협력개발기구는 밝혔다. 그 여파로 건강한 기업, 그중에서도 최근 진입한 기업의 성장을 막게 된다는 것.

'좀비기업'은 단기간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은행은 최근 미국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국내 대출금리가 1.5%포인트 오르면, 중소기업 가운데 한계기업 비율이 35%에 육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14년(34.2%)보다 좀비기업 비중이 커진다. 특히 철강, 조선업은 대출금리 1.5%포인트 인상 시 각각 8.6%포인트와 8.9%포인트 늘어난다.

A은행 한 임원은 "기업대출이 어느 순간 계륵(鷄肋) 같은 존재가 됐다. 은행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정부의 중소벤처 지원책이 달갑지는 않다. 결국 책임과 비난은 은행에게 돌아온다"고 하소연했다.

국내 은행들이 떠안고 있는 기업 부실채권은 2분기 말 기준 20조원 규모다. 이는 전체 부실 채권 21조 8000억원의 91.7%에 달한다.

◆일본의 절철 밟을라

좀비기업이 왜 사라지지 않을까.

국가보조금(59조원)과 연구개발(R&D) 예산(20조원) 등을 두고 산업계에서는 '못 먹은 놈은 바보'라는 말이 있다. 대우조선해양과 같이 수 십 조원의 공적자금(정책자금)도 상황에 따라 눈먼 돈이다.

올해도 적잖은 돈이 기업과 금융기관에 쓰인다.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2017년 산업은행·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은 186조7000억원의 정책금융을 공급할 예정이다.

훗 날 책임소재에서 벗어 나려는 관료사회와 금융권에 뿌리박힌 보신주의도 문제다.

부실기업이 많아지면 정상 기업의 고용·투자 감소, 생산 감소, 산업 구조조정 지연 등의 악순환이 반복돼 경제 역동성과 성장률의 저하로 이어진다. 실제 한계기업이 늘어나는 사이 생산성은 뒷걸음 했다. 산업연구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11~2014년 기간에 총 41개 업종 중에 21개 업종에서 총요소생산성이 감소세였다. 전체 산업 생산성은 -2.19%(제조업 -0.89%, 서비스업 -1.65%, 건설업 -3.68%) 감소했다. 경제위기 때인 1972년, 1980년, 1998년, 2009년에도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바 있다.

또 재정 지출 확대나 금리 인하 등 정부 정책효과도 반감된다. '초이노믹스'가 대표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 앞에 놓인 도전들―일본의 경험으로부터의 교훈' 보고서에서 "한국이 과거 일본이 경험했던 노동생산성 저하, 내수 침체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IMF는 저성장을 피하기 위해 한국이 해야 할 시급한 조치로 노동 및 산업부문의 구조개혁을 꼽았다. 또 한계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도 주문했다. 1980년대 채산성이 떨어진 '좀비기업'을 정리하지 못한 일본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는 것.

대주주 책임에 대한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참여연대 등도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국민과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안긴 재벌 총수와 경영진에 대한 책임 추궁을 강조하고 있다.

<이자보상배율 1배미만 부채비율 100% 이상 기업> (단위: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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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명 이자보상배율 부채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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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제철 0.08 2,485.32

대성산업 -0.17 2,070.69

현진소재 -0.43 1,060.96

삼화전자 -0.6 907.39

잉크테크 -4.92 581.47

한진중공업 -1.11 561.08

동양네트웍스 -4.01 510.85

페이퍼코리아 -0.5 449.89

세동 -1.69 402.12

현대상선 -3.39 387.43

케이엠더블유 0.23 386.88

에이티테크놀러지 -3.27 354.92

남광토건 -78.06 343.7

국보 -0.05 299.26

삼부토건 -1.6 267.26

대경기계 -0.78 250.94

케이에스피 -0.51 238.56

웅진에너지 0.23 233.26

리젠 -1.31 230.8

이스타코 -0.42 207.19

전방 -0.57 202.6

성안 0.48 196.46

금호전기 -0.17 184.16

두산건설 0.87 174.56

이스트소프트 0.51 172.4

카테아 -5.28 170.91

지코 -1.7 170.83

한탑 0.4 168.69

쌍용정보통신 -136.98 164.65

소리바다 -1.39 159

KR모터스 -5.76 156.89

일경산업개발 -1.76 154.94

에쓰씨엔지니어링 0.9 145.89

이젠텍 -2.23 142.93

나이벡 -1.94 132.94

우리들휴브레인 -9.24 118.1

진원생명과학 -14.72 112.97

웨이브일렉트로 -14.02 108.53

LS네트웍스 -0.06 108.01

대한방직 -1.24 106.36

청호컴넷 -2.09 105.63

ITX엠투엠 -2.18 1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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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

자료=각사 사업·분기보고서(2017년 2분기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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