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팝 스타 아리아나 그란데의 첫 내한이 논란으로 얼룩졌다. 공연은 성황리에 마쳤다지만 얼어붙은 팬심을 되돌리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리아나 그란데는 지난 15일 서울 구로구 고척돔에서 첫 내한 공연을 마쳤다. 이날 아리아나는 오후 8시를 조금 넘긴 10여분부터 약 1시간 30분가량 '비 올라이트(Be alright)'를 시작으로 24곡의 무대를 선보였다.
고척돔은 아리아나를 보기 위해 모인 2만명의 관객들로 가득했다. 아리아나 역시 "사랑해요, 서울" 등 달콤한 멘트로 객석을 달궜다.
공연 자체는 크게 흠 잡을 데 없이 완벽했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공연 전부터 쏟아진 잡음들로 인해 아리아나의 첫 내한이 '완벽한 공연'으로 남기란 어렵게 됐다.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졌다. 아리아나는 공연 당일에서야 한국을 찾았다. 공연 시작 3시간 여를 앞둔 오후 5시경 입국한 터라 리허설이 제대로 진행될리 만무했다.
문제는 VIP 패키지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면서 발생했다. 이 패키지는 아리아나의 소속사가 이번 월드투어 '댄저러스 우먼(Dangerous Woman)'을 기획하면서 판매한 것으로, 팬들이 직접 아리아나를 만날 수 있는 '미트 앤드 그리트(Meet and greet)' 행사 및 리허설 관람, 백스테이지 투어, 아리아나와 사진 촬영 등이 가능하다.
VIP 패키지의 값은 65만원. 이 패키지를 구매한 관객 70여 명은 티켓값(13만9000원)까지 약 80만원에 가까운 돈을 내고 공연장을 찾았으나 그 혜택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이 역시 아리아나의 늦은 입국 때문이다.
아리아나가 오후 6시를 훌쩍 넘겨 도착하면서 리허설은 진행되지 않았고, 무대 투어 및 사진 촬영, 만남 등은 자연히 지연됐다. 이로 인해 우선 입장 역시 무산되면서 일반 스탠딩 관객보다 더 늦게 입장하는 불상사까지 초래됐다.
패키지 상품은 국내 대행사에서 판매한 콘서트 티켓과는 별도로 진행돼 공연을 주최한 현대카드 측 역시 이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거금을 내고 혜택은 커녕 공연장 입장까지 늦어진 패키지 구매자들은 SNS를 통해 불만을 표했다. 아리아나 측은 환불 요청과 항의가 이어지자 공연과 기념품 등을 제외한 금액을 환불해주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아리아나의 SNS도 논란에 불을 지폈다. 그는 공연 직전 자신의 SNS에 화장실에서 리허설을 하는 듯한 영상을 게재했고, 이를 본 일부 관객 및 누리꾼들의 "황당하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아리아나가 한국에 머물렀던 시간은 약 6시간. 1시간 30분 가량의 공연을 끝낸 그는 당일 자정 경 한국을 떠나며 내한 팝스타 중 최단기간 잔류 기록을 경신했다.
일각에선 지난 5월 영국 맨체스타 공연 중 자살폭탄테러 사건으로 끔찍한 경험을 했던 아리아나가 한반도 전쟁 발발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급히 떠난 것으로 보고 있다.
아리아나는 공연이 끝난 뒤 자신의 SNS에 "서울은 아름다웠다"는 메시지를 남긴 채 방콕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의 말처럼 공연은 아름다웠을지 모르나, 이미 추락한 신뢰가 회복되는 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