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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 '아는 사람'의 가벼운 죗값



"이제 어쩔거야. 판사가 언니를 사기꾼이라는데. 내 돈 어쩔거냐고!"

지난 16일 오전 서울고등법원 복도에서 중년 여성 여럿이 '언니'의 어깨를 밀고 있었다.

1만명을 속여 돼지 사업 투자금 2400억원을 가로챈 최덕수 도나도나 대표 등 11명이 유사수신 혐의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직후다.

재판 뒤에 만난 피해자들은 '동네 사람'에게 당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이 복도에서 언니라고 부른 배모 실장의 사위가 판사이고, 딸은 변호사라고 했다.

배 실장은 사무실에 사위와 딸의 사진을 붙여놓고 사람들을 안심시켰다고 한다. 한모 씨는 2012년께 사위와 딸을 내세우며 원금 보상 각서를 써준 배 실장에게, 아들 대학 등록금 등으로 모아둔 1억5000만원을 건넸다.

같은 시기 노모 실장을 따라 안성 돼지농장을 방문한 문모 씨는 5억원을 투자했다. 80대에 접어든 문씨는 "내가 돼지 목을 끌어안고 찍은 사진을 보내주지 않더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노 실장은 1950년대에 연세대를 졸업하고 교육계에 몸담아온 문씨의 평판을 이용했다. 이때문에 문씨는 자신을 따라 투자한 동네 이웃 10여명도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이날 병합된 사기혐의 등의 유죄도 인정돼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노 실장과 배 실장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피해자들의 울분과 배신감은 최 대표가 아닌 '아는 사람'을 향했다. 이 단어는 사회를 지탱하는 기둥이어서, 금이 가면 사람도 함께 쓰러지고 만다.

그 무게에 짓눌린 피해자들은 '진짜 나쁜 사람'을 재판부와 다르게 봤다. 한씨는 떨리는 몸을 간신히 세운 채 말을 이었다.

"우리는 최덕수, 최치원(아들) 이런 사람 알지도 못해요. 저런 놈보다, 그 밑에서 이런 사실을 다 알면서도 지인들에게 사기 친 사람이 더 나빠요. 최덕수는 배 실장 같은 사람 없었으면 저렇게 큰 돈 못 끌어모았어요. 집행유예가 말이 되느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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