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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이성우 변호사의 사건 뒷 이야기] 스폰서 교제 사건

이성우 변호사./법무법인 대호



한 여자분이 인터넷 상담을 통해 억울한 사연을 보내와서 일단 사무실로 방문하라고 했는데 칙칙했던 분위기의 사무실에 상당한 미모의 20대 여자분이 찾아 왔다.

이야기인즉슨 자신은 60대의 사업을 하는 남성과 이른바 '스폰서 교제'를 하기로 하였고 그 남성은 자신에게 '유명한 아이스크림 가게를 차려주겠다, 차를 사주겠다, 1억 원을 주겠다'고 하여 잠자리까지 같이하였는데 별안간 그 남성이 연락을 끊어 너무나 억울한 마음에 변호사를 찾게 되었다고 하였다.

이런 내용의 상담이 처음이고 이른바 '스폰서 교제'라는 것을 들어 보긴 했지만, 막상 어떻게 답변을 해야 할지 난감했다.

이러한 '스폰서 교제약정' 즉 잠자리를 가지는 것을 대가로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약정은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무효이며 그 돈을 지급하지 않더라도 지급을 청구할 수가 없다는 점을 이야기하며 그 남성을 상대로 1억 원의 약정금을 청구할 수는 없고 다만 민사상 정신적인 피해를 이유로 위자료 정도 청구할 수는 있다고 답변해주었다.

그러나 그 여성 분이 남성을 형사 고소를 해달라고 해서 필자는 법적으로 어떤 죄에 해당하는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거나 합의 하에 성적 관계를 맺었으니 강간, 추행도 아니요, 결혼을 하겠노라 이야기도 없었으니 혼인빙자간음(물론 위헌결정이 나서 더 이상 처벌할 수도 없다)도 되지 않고, 마지막으로 사기죄가 남는데 과연 위와 같은 행위가 사기가 되는지 고민이 되었다.

즉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로부터 재산상의 이익을 취해야 하는데 그 남성은 애초에 잠자리만 관심이 있었을 뿐 금액을 줄 마음은 없었으므로 여성을 기망한 것은 맞지만 과연 재산상 이익을 취했는지 문제였다.

굳이 위 사건을 사기의 구성요건에 적용한다면 피해자에게 1억원을 준다고 기망하여 '피해자와의 성행위'내지 여성의 정조를 취한 것인 것이다.

다시 말하여 피해자와의 성행위가 재산상의 이익인가가 문제이다. 이른바 매음료(賣淫料) 면탈을 사기죄로 인정한 대법원 판례가 있었으나 여전히 학설상으로는 찬반이 있으며 사안이 위 대법원 판례상의 사실관계와 다소 다른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필자는 그 여성 분에게 일단 고소를 해 볼 수는 있으나 결과는 장담하지 못한다고 이야기하며 먼저 민사상의 합의가능성 타진 여부가 우선이므로 내용증명을 보내는 것이 좋겠다고 이야기하였더니 그렇게 하겠다고 한다. 다만 내용증명을 보내려면 그 아저씨의 주소를 알아야 하는데 '주소를 아느냐'라고 물어 봤더니 전화번호만 안다고 하였다.

그래서 일단 주소를 알아보라고 하면서 상담을 마쳤는데 웬걸 며칠 후 당장 알아 오는 것이었다. 대단한 아가씨였다.

이윽고 그 남성에게 약정한 금액을 지급하지 않으면 고소하겠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보냈더니 재미있게도 자신의 변호사라는 사람을 통해 바로 연락하는 게 아닌가.

여성의 수차례 걸친 전화는 받지도 않으면서 고소한다고 그러니까 냉큼 연락을 해오는 것을 보니 매우 씁쓸했다.

상대방 변호사와 지루한 협의 끝에 합의는 무산되었고 결국 고소장을 제출하였는데 기소가 될지는 위와 같은 이유로 미지수였다.

그 후 한동안 그 사건을 잊고 지내고 있었는데 결국 그 남성은 기소가 되었고 여성은 법정에서 피해자 진술 또한 하였고 유죄판결이 선고되었다.

판결문을 보니, 대략의 범죄사실요지는 '1억을 주겠다고 기망을 하고 서너 차례 잠자리하여 1억 상당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것'이라는 것이다.

재미있다고 해야 하나. 그렇다면 한 번의 잠자리가 약 3천만원 정도라는 이야기인데 이 남성, 너무 값비싼 잠자리를 한 것이었다.

다만 그 남성은 다른 사기 사건으로 함께 기소되어 위 사건과 병합되어 상당한 기간의 징역형이 선고되었다. 만약 다른 사기가 없었다면 즉, 위 사건만으로는 어느 정도의 형량이 나왔을까. 모를 일이다.

피해자와 같은 딸을 둔 아저씨는 지금 교도소에서 많이 반성하고 있을까. 참 재미있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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