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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시황

[주주중시 경영시대]① 주주환원책, 비용이란 인식 버려야

#. 삼성전자는 지난 4월 기존에 진행 중인 9조3000억원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계획과 함께 기존에 보유한 13.3%(시가 40조원)의 자사주도 전량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안정적인 재무 상황을 고려해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보유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애플이나 GE 처럼 인위적인 지배권 강화가 아닌 경영 실적으로 주주들의 평가를 받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 현대차 재경본부장인 최병철 부사장은 지난 1월 서울 양재사옥에서 콘퍼런스콜 방식으로 진행된 기업설명회(IR)에서 "앞으로 배당정책 기준을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의 30~50% 수준으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현대차그룹 등 국내 대기업들이 주주를 위해 곳간 문을 활짝 열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스튜어드십 코드 활성화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 경제민주화 바람이 거세지고 있어서다. 대기업들 스스로도 예전처럼 빠른 성장 자체만으로 주주들과 투자자들의 마음을 얻기 힘들어지자 '자사주 매입 후 주식 소각', '배당확대' 등 강력한 '주주친화정책'이란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 주주환원은 선택 아닌 생존

스튜어드십 코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기업들의 주주환원책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고된다.

스튜어드십코드는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주요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기 위한 자율지침으로 기업들의 배당 확대와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주주이익을 극대화하자는 차원에서 영국이 2010년 가장 먼저 도입했다. JKL파트너스가 국내 제1호 스튜어드십 코드 기관투자가로 등록하면서 제도 시행에 불을 댕겼다. 지난 24일 발표된 제1호 국내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 기관 중 도입 일정이 포함된 참여 계획서를 발표한 기업은 모두 29개사다.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한 다중대표소송제는 소액주주들에게 힘을 싣고 있다. 다중대표소송제는 기업의 모회사가 자회사의 위법 행위로 손해를 볼 경우 모회사 주주들이 자회사의 이사회 등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모회사인 지주회사 주주들이 대기업 자회사 경영진을 감시하고 책임을 직접 물을 수 있게 된다. 지주회사 주주들의 권한이 세져 지주회사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주주 행동주의가 활발해지면서 기업경영의 투명성이 제고되고, 배당확대 등 주주환원정책 개선이 증시를 견인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걱정의 목소리도 있다.

최근 말레이시아, 홍콩, 대만, 싱가폴, 한국 등 아시아 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확산으로 기업들이 행동주의 투자펀드의 타깃이 되고 있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30대 그룹 179개 상장사 중 '3% 룰'(상장사가 감사나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의결권 있는 주식의 3%까지만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 적용 시 외국인이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이 국내 최대주주, 기관투자가 등 잠재 우호지분을 모두 합친 것의 두 배가 넘는 기업만 39곳에 달한다.

국내 5대 그룹 중 같은 상황인 계열사만 20곳이다.

신장섭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는 지난해 한국경제연구원이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개최한 '경제민주화 기업지배구조 정책의 쟁점과 과제' 세미나에서 "주주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미국 지배구조 모델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으며 이를 기준으로 하는 우리나라의 경제민주화론으로 한국 기업집단을 개혁하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 배당 등 확대 잇따라

스튜어드십 코드 활성화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의 영향을 받는 국내 기업들도 주주가치 극대화에 눈을 돌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자사주 처분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삼성전자는 지주회사 전환 포기와 함께 대규모 자사주 소각 방침을 밝혔다. 이미 보유하고 있던 보통주 1798만1686주(12.9%), 우선주 322만9693주(15.9%) 약 40조원어치와 올해 새로 매입할 자사주 9조3000억원어치를 모두 소각키로 한 것.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현대로보틱스도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의 중간배당을 위한 기준일을 이달 30일로 정했다고 공시했다. 현대오일뱅크가 중간배당을 할 경우 2010년 8월 이후 약 7년 만이다.

삼성전자의 영향이 크다.

다른 기업들도 주주중시 경영에 힘을 싣고 있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등이 한국증권학회지에 발표한 '한국 기업의 자사주 처분 및 소각에 관한 실증 연구' 논문에 따르면 기업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취득한 자사주를 보유하기보다는 처분하는 경향이 강했다. 또 지배구조(한국기업지배구조원 점수)가 좋거나 배당을 많이 하거나 이사회의 평가가 좋을수록 자사주 소각을 많이 했다.

그러나 갈 길은 멀다. 논문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모든 제조기업이 12년간(2004∼2015년) 시행한 자사주의 취득·처분·소각 활동 가운데 소각은 174건으로 집계됐다. 12년간 연간 상장사 수를 더한 7428개 중 소각 활동을 한 기업 수의 비중을 계산한 소각 활동 비중은 평균 2.3%에 불과했다. 이는 자사주의 취득(1904건, 25.6%)과 처분(1460건, 19.7%)에 비해 현저히 낮은 비율이다.

김우진 교수는 "자사주 취득과 처분에 비해 소각 활동이 매우 드물게 일어난다는 것은 자사주 취득을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성익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KDI 포커스(Focus) '자기주식 처분과 경영권 방어' 보고서에서 "감독 당국의 자기주식 처분 심사를 도입해 일반·소액주주의 손실 가능성을 사전·사후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독립적 사외이사의 역할이나 일반·소액주주의 손해배상 청구 등 시장을 통한 자율적 규율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 전반을 정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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