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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서울시 공시족은 예비 위장전입자?…"안 하면 바보"



'위장전입.' 요즘 가장 핫한 단어다. 문재인 정부 내각 후보자의 위장전입 전력이 잇따라 도마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위장전입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공무원 시험 기회를 잡으려는 응시자의 위장전입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공무원 1만2000명을 포함한 공공부문 일자리 7만1000 개 만들겠다고 약속하자 공무원 시험이 '위장전입의 블랙홀'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공무원 시험은 크게 국가직과 지방직, 서울시로 나뉜다. 지방에 거주하는 수험생은 세 곳 모두 지원할 수 있다. 반면 서울에 거주하는 수험생의 경우, 응시 지역의 기준에 따른 거주 기록이 있어야 한다.

18일 공무원임용시험령 제19조에 따르면, 시험 실시 기관의 장은 일정한 지역에서 일정 기간 거주한 사람으로 응시자격을 제한할 수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의 올해 응시 자격 기준을 보면, 지원자는 주민등록상 지난 1월 1일 이전부터 최종면접일까지 해당 지방에 살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관련 주소지를 뒀던 기간이 모두 합쳐 3년 이상이어야 한다.

◆서울 거주 수험생 "위장전입 안 하면 바보"

이 때문에 서울에 거주하는 일부 응시자들은 지방 위장전입을 필수로 여긴다.

올해 경기도 A시와 서울시 9급에 모두 합격한 B씨는 "수험생 사이에서 위장전입 하지 않으면 바보라고 여기는 인식이 팽배해있다"라며 "한 번의 기회라도 더 얻으려는 수험생 입장에서는 세 번 다 응시하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포털인 '민원24' 웹사이트로 주소를 옮겼다.

서울에 거주하는 수험생은 지방을 일종의 '보험'으로 여긴다는 설명이다.

3년 전 시험에 합격한 서울시 8급 공무원 C씨도 "2010년 지방직을 생각하고 큰아버지께 부탁해 충남 서천으로 위장전입한 적이 있다"며 "이듬해 주소를 다시 옮겼지만, 서울시 거주자의 절박한 심정을 이해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면접관이 지원자의 위장전입을 알고도 묵인한 경우도 있다. B씨는 "면접관이 실제 주거지와 서류상 주소 간 차이가 있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며 "그가 고개를 끄덕였고, 결국 합격했다"는 사실도 털어놨다.

위장전입은 현행법상 불법이다. 주민등록법 제37조에 따르면, 주민등록 또는 주민등록증에 관해 거짓 사실을 신고하거나 신청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시험을 목적으로 한 위장전입 문제는 당사자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서 뜨거운 논쟁거리다.

경기도 평택 거주자라고 밝힌 글쓴이는 지난 5월 8일 '인사과와 통화한 결과, 편법 응시할 경우 면접에서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는 글을 게시했다.

111개의 댓글 가운데는 '면접관도 암묵적으로 다 안다' '해당 지역 거주자에게 불리하다'는 공방이 이어졌다.

수험생의 서울·경기 중복 응시 때문에 경기지방 합격 점수가 오른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한 온라인 카페에서 한 회원이 '인사청문회에서 위장전입이 비판받는데, 나중에 문제되는 것 아니냐'고 질문하자 '나중에 장관할 것 아니면 신경 끄라'는 답변이 달렸다./공무원 시험 관련 온라인 카페 캡처



◆2차면접 합격 후 서울로…지방은 '보험'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서울시의원이 서울 거주 수험생의 역차별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김용석(도봉1·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9월 5일 서울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회의에서 "청년실업률이 높아지는 현실에서 서울시 청년들이 역차별 받고 있다"고 지적하며 서울·지방 시험 일정 조율과 서울시 합격 쿼터제를 주문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서울시 7~9급 합격자의 39.3%인 853명이 경기도 거주자다. 2014년에는 43.5%인 898명이 합격했다.

반면 서울시 거주자는 2015년 28.6%인 620명, 2014년에는 28.3%가 합격하는 등 전체 합격자의 1/3에도 미치지 못했다.

서울시 거주자가 역차별의 대안으로 선택한 위장전입이 행정력 낭비로 이어진다는 의견도 있다.

B씨는 "서울에 붙으면 지방을 버리니, 지방으로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나는 경기도에서 2차 심층면접까지 봐서 합격했는데 결국 서울로 간다. 힘들게 필기시험과 면접을 준비한 지자체들은 부족한 인력을 다시 메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응시한 A시의 경우, 해당 직렬 합격자 정원을 15명으로 공지했다가, 최종합격자 17명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서울에 합격한 인원이 9명이다. 이들 모두 서울행을 택할 경우, 최종 합격 인원에서 8명만 남는 셈이다.

◆높아지는 경쟁률에 유혹은 그대로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 정원만 늘린다면, 서울에서 지방으로 위장전입하는 응시자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취업시험을 준비한 비경제활동인구 65만2000명 가운데 일반직 공무원 준비 인구가 25만7000명으로 가장 많았다. 63만3000명 가운데 22만1000명이 준비한 2015년보다 3만6000명 늘어난 수치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임기 내에 소방·경찰·근로감독관 등 공무원(17만4000명)을 비롯한 공공부문 81만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추경을 통해 경찰관 등 중앙공무원 4500명을 포함한 국민안전·민생 관련 공무원 1만2000명을 올 하반기 추가 채용하기로 했다.

공무원 시험 지원자도 해마다 늘고 있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지난 17일 열린 전국 16개 시·도 9급 공무원 필기시험에서 1만315명 모집에 22만501명이 지원해 21.4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지난해 18.1대 1보다 높은 수치다.

24일 열리는 서울시 9급 필기시험은 1514명 선발에 12만4954명이 지원해 82.5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물리적 한계…"차라리 한날 한시에 시험 쳐야"

과열되는 경쟁 속에서 위장전입이 이어지고 있지만, 응시 제한을 '주민등록상 주소지'로 두고 있어 지방이 서울에 합격자를 빼앗기는 구조를 만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로서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공무원 시험 제도를 관할하는 행정자치부 측은 "거주지 요건은 주민법상 사실관계밖에 확인이 안 된다"며 "미리 걸러낼 방법은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지방에서도 응시자의 실제 거주지를 미리 파악하기 힘들다. 경기도 관계자는 "올해 경기도에 5만4000명이 응시하는 등 물리적으로 필기 시험 합격자를 기준으로 거주지 요건을 따질 수밖에 없다"며 "기준 날짜가 면접일이라 미리 파악할 수 없으니 의미도 없다"고 말했다.

A시 관계자는 "경기도내 모든 지자체가 겪고 있는 문제"라며 "지난해부터 예비합격자를 늘려 충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씨가 합격한 직렬에 17명의 합격자를 발표한 A시는 면접 대상자였던 21명 가운데서 충원하고, 이후 공석은 다음 공채에서 채울 계획이다.

이처럼 매년 반복되는 중복 응시 문제에 대해 한 공무원은 "차라리 서울과 지방이 한날 한시에 시험을 치면 조금 나아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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