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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쌤의 키즈톡톡] '올바른 놀이'란 없다

노은혜 언어치료사



얼마 전 열린 '엄마 아빠, 딱 10분만 놀아요!' 저자 강연회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

'선생님 우리 아이는 여자아이인데 공룡이나 로봇 장난감을 가지고 싸우는 과격한 놀이만 좋아해요. 아이에게 올바른 놀이방법을 알려주고 싶은데 어떻게 가르쳐주면 될까요?'

나는 질문한 부모님에게 이렇게 되물어보았다. '어머니께서 생각하시는 올바른 놀이란 무엇인가요?'

부모님들은 종종 이런 고민을 토로한다. 여자아이가 여성스럽지 못한 과격한 놀이를 하고, 남자아이가 남자답지 않은 인형놀이나 역할놀이만 하려고 하는 등 나이와 성에 맞지 않는 놀이를 해서 고민이라는 내용들이다. 아이가 나이에 맞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여자아이는 여성스럽고 조신하게, 남자는 씩씩하고 활동적으로 놀아야만 올바른 놀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에 '올바른 놀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이들의 놀이는 어떤 모습과 형태든 전적으로 허용되어야 한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상상력을 펼치고 지적 호기심을 채운다. 자신이 하고 싶은 놀이를 자율적으로 선택하고 주도적으로 이끄는 자유로운 놀이는 단순한 놀이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

물론 아이의 놀이가 다른 사람을 해하거나 사회적인 규칙과 도덕성에 어긋난다면 훈육의 개념으로 놀이 법을 수정하고 새로운 놀이로 전환해주는 부모의 개입이 필요하다. 하지만 놀이가 누구를 해하지도 않고, 사회적인 규범을 어기지 않는다면 어떤 놀이라도 허용 받아 마땅하다.

부모가 아이의 놀이를 규제하는 모습을 들여다보면 상당수 부모의 가치관이나 인식 속에 부모 개인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념이 녹아있다. 어떤 부모는 아이가 놀이를 하며 큰 소리로 깔깔대며 웃거나 소리를 지르는 것을 산만한 행동이라며 금지한다. 또 다른 부모는 여자는 과격하면 안 되기 때문에 여성스럽고 차분한 놀이만 허용한다. 남자 아이는 씩씩하고 활동적이어야 하는데 집안에서만 노는 모습을 보고 답답하기도 한다.

부모가 가진 개인적인 인식의 틀이 아이의 놀이를 '올바른 놀이'와 '바르지 않는 놀이'로 가르는 것이다.

잘못된 놀이 인식의 틀 안에 아이를 가둔다면 그만큼 아이의 창의력과 문제해결력을 포함하여 놀이를 통해 줄 수 있는 좋은 요소들이 아이에게 전달되지 못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놀이에 관해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는 부모들에게 영국 인류학자인 애슐리 몬터규(Ashley Montagu 1905~1999)의 말을 전해주고 싶다. 그는 '인간은 유아기의 유치한 특성을 평생토록 지니고 있는 점에서 다른 동물과 다르다'고 말했다. 또 아이들의 행동에서 관찰할 수 있는 호기심과 상상력, 독창성 등의 행동 특성은 인간이 살아가는데 어떤 환경과 마주하더라도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한다.

더불어 인간 모두는 즐거움과 웃음, 장난기와 같은 어린아이의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 요소들을 성인이 되어서도 잊지 않고 잘 간직한다면 언제나 젊음을 유지할 수 있고 중년의 삶이나 노년의 삶까지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부모가 아이의 놀이를 어떠한 잣대로 판단하며 놀이를 제재하고 있다면 우선 부모 내면에 잠재된 즐거움과 웃음, 희락을 먼저 깨워야 할 것이다. 딱딱한 사고를 가진 부모에게서 자유롭고 창의적인 아이를 기대하긴 어렵다. 부모가 먼저 자유로운 인식을 가지고 삶의 다양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야 아이도 그렇게 성장할 수 있다.

부모가 세상을 바라보는 잣대, '~하니까 이렇게 해야 해'라는 인식의 틀을 먼저 깨야만 아이의 놀이를 포함하여 아이를 바라보는 틀 또한 자유로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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