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수정 : 2017-04-12 18:50:04

국민연금의 '몽니'...대우조선 투자자 수렁 속으로

-국민연금 "국민 노후자금 손실…결정 3개월 연기해달라"

-산업은행 "유동성 긴급 상황…국민연금 주장 현실성 없어"

대우조선해양의 채무재조정안을 놓고 국민연금과 산업은행이 시각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사실상 P플랜(Pre-packaged Plan·사전회생계획제도) 시행이 불가피해졌다.

국민연금이 "특정기업을 위해 국민 노후자금의 손실을 감내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국민들의 노후자금은 더 큰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P플랜이 시행되면 출자전환(빚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것) 비율이 50%에서 90%까지 커지기 때문이다. 그 만큼 국민연금의 손실도 커진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12일 대우조선 문제를 안건으로 '경제현안 점검회의'를 열었다. 비공개로 회의가 진행된 가운데 P플랜 준비에 대한 점검도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현실성 없는 제안만 하는 국민연금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지난 11일 "분석하기에 충분하지 않은 자료를 근거로 채무조정안을 수용하라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정부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기업을 다급히 살리기 위해 국민 노후자금의 손실을 감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채무재조정안에 대한 사실상 반대입장이다.

이와 함께 국민연금은 4월 만기 회사채의 상환을 3개월간 연기해 줄 수 있다며 요구사항을 내놨다. 오는 17~18일 예정된 사채권자 집회를 연기하고, 대우조선을 직접 실사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실사에는 몇 달이 걸린다. 이번 채무조정안을 위해 진행한 실사도 3개월이 걸렸다. 대우조선의 유동성 고갈 상태 등을 감안하면 국민연금의 요구는 납득하기 어렵다. 산업은행도 국민연금의 요구를 단번에 거절했다.

산은 관계자는 "당장 21일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의 상환 여부와 별개로 선박건조와 관련해 막대한 자금지출이 소요된다"며 "추가 자금지원이 없는 한 4월 말~5월 초 중 사실상 부도위기에 직면해 이달 중 구조조정 방식이 반드시 결정돼야 한다"고 못 박았다. 또 "그간 구조조정 과정에서 개별 채권자가 별도의 실사를 통해 정상화방안을 수립한 사례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의 현실성 없는 제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민연금은 지난 9일에는 오는 21일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에 대해서 우선 상환해 주고 협의를 하자는 공문을 산업은행에 보냈다. 상환할 자금이 없는 것은 물론 구조조정을 앞두고 일부 사채권자에게만 돈을 갚아달라는 것도 상식 이하의 요구였다.

◆국민연금 회수액, 1950억원 vs 390억원

국민연금은 대우조선 회사채 1조3500억원의 29%인 3900억원 어치를 들고 있다.

국민연금은 특정기업을 위해 국민 노후자금의 손실을 감내할 수 없다고 했지만 손실을 보지 않을 방안은 없다. 어떤 선택이 손실을 줄이는 것인 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법정관리의 일종인 P플랜으로 가면 법원은 회사채 등 무담보채권에 대해 90%의 출자전환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회수율 10%로 국민연금은 투자금 중 390억원만 건질 수 있다. 채무조정안을 따르면 전환된 주식이 모두 휴지조각이 된다고 해도 50%인 1950억원을 회수할 수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국민연금이 채무재조정안을 받아들이면 2683억원, 거부하면 3887억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산은은 국민연금을 비롯해 다른 채권자를 최대한 설득하겠지만 사채권자 집회에서 구조조정 방안이 부결되면 21일에는 P플랜에 돌입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산은 관계자는 "자율적 합의 무산에 대비해 이미 수차례 실무협의를 통해 신청서 등 P플랜 관련 서류 준비가 완료됐다"며 "실무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사채권자집회 전후까지 자체 점검을 지속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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