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시간 이상 노동금지법' 처리를 여야가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제계가 발칵 뒤집혔다. 그러나 근로시간 감축이라는 원칙에만 여야가 합의했을 뿐 쟁점 사항에 견해차는 여전한 것을 알려지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2일 국회와 재계에 따르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인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주 7일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제한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여야가 정무적 합의를 이뤘다"고 말했다.
현대차 울산공장 조립생산라인 모습./현대자동차
그러나 하 의원의 발표 이후 다른 당에서 합의한 바 없다고 반박하면서 기업규모별 근로시간 단축 적용시기, 휴일 근로 수당에 대한 할증률을 어떻게 계산할 것인지 등에 대한 의견은 크게 엇갈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실측은 "공감대를 이룬 건 맞지만 구체적인 방법에 이견이 있었다"며 설명했다.
현재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정하고 연장근로를 12시간으로 제한한다. 하지만 1주일이 주중 5일인지, 주말을 포함한 7일인지 명시하지 않고 있어 고용노동부는 1주일을 5일로 유권해석해왔다. 이에 기업들은 근로자에게 주 68시간 근로를 권고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은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해 근로자들에게 주말 16시간 근무를 요구할 수 없게 한다. 기업들은 주 52시간으로 근무 시간을 당장 축소해야 한다.
또 법정 근로시간을 어떻게 규정하느냐는 휴일 근로수당과도 직결된다. 기업들은 현행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12시간)와 휴일근로(16시간)에 대해선 통상임금에 50% 할증을 붙인 수당을 근로자에게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면 중복 할증이 생긴다. 휴일에 근무한 것은 휴일근로이면서 연장근로이므로 연장근로 가산금(통상임금의 50%)에다 휴일근로 가산금(통상임금의 50%)을 각각 합친 금액을 수당으로 지급해야 한다.
원론적으로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그만큼 임금도 줄어야 한다. 그러나 근로시간이 줄었다는 이유로 근로자 월급이 깎여버릴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결국 기업 입장에선 종전처럼 인건비는 그대로 지급하면서 추가로 부족한 인력을 고용해 인건비 부담만 늘어난다는 점 때문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경제계는 아직 여야가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점에서 안도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조기 대선을 앞두고 여야 대선주자는 물론 각 당마다 근로시간 단축을 차기 정권에서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약속하고 있는 만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은 "지난 4년 간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많은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청년 실업률이 10%를 상회할 만큼 최악의 상황에 이른 것은 관련 정책들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데 기인한 바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업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포괄적인 사회안전망 강화, 효과적인 이직과 재취업 및 평생교육 확대 등을 통해 구직자와 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실효적인 정책 기반을 마련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중앙회측은 "근로시간 단축 문제를 신중히 논의해야 한다"면서 "아무리 좋은 법과 제도라 할지라도 현실에서 수용이 되지 않으면 범법자만 양산할 뿐 아니라 법규범에 대한 신뢰도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근로시간 총량을 단축하되 산업현장의 부담완화 방안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면서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고 휴일근로 중복할증 배제 등 제도적 완충장치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