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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화종합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역사·문화적 가치를 보존한 복합문화공간 '문화역서울 284'

문화역서울 284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역사·문화적 가치를 보존한 복합문화공간 '문화역서울 284'

누군가에게는 설레는 여행의 추억을, 또 누군가에게는 아름다운 문화 체험을 제공하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웅장한 돔에 서양식 아치가 뿜어내는 이국적인 멋, 스위스 루체른 역을 모델로 삼은 이 역은 바로 옛 서울역사(구 역사)다.

아마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붉은 벽돌 건물의 구 서울역사에서 기차를 탔던 기억이 가슴 속에 남아있을 것이다. 80년 역사를 간직한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기차역 구 서울역은 현재 복합문화공간 '문화역서울284'로 재탄생해 시민의 발걸음을 기다리고 있다.

◆일제의 전초기지가 될 뻔한 역

구 역사는 동경대 교수였던 일본인 쓰가모토 야스시가 설계하고, 1922년 6월에 착공, 1925년 9월에 준공됐다. 당시 규모도 규모지만, 지붕의 돔과 독특한 외관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문화역 서울 284 내부



일제는 왜 이렇게 구 역사를 크고 화려하게 지었을까. 이유는 단순하다. 만주와 유럽을 잇는 제국의 전초기지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애초에는 일본 도쿄역과 비슷한 규모로 세우려고 했으나, 관동대지진으로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면서 규모도 줄이고 공사 기한도 늘어났다고 전해진다. 그래도 당시 서울역은 식민지의 관문으로 손색없는 위용을 자랑했다.

건축 당시 1층에는 매표소를 겸하는 중앙홀, 주로 조선인들이 사용했던 3등 대합실, 일본인들이 이용한 1, 2등 대합실과 부인대합실, 귀빈실, 역장실 등이 있었다. 2층에는 당시 최고의 서양식 레스토랑인 '서울역 그릴'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상의 소설에도 등장하는 이곳은 모던보이와 모던걸의 집합소였다.

구 역사는 한국전쟁 때 일부가 파괴됐지만, 다시 복구됐다. 이후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의 급격한 발전과 함께 늘어나는 수송량을 감당하기 위해 1960년대에 남부, 서부 역사를 신설, 본역사와 구분해 사용됐다. 그리고 2004년 1월 새로운 민자역사가 신축되면서 구 역사는 폐쇄됐다.

문화역서울 284/한국관광공사



◆역사를 반영한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

구 역사가 원형 복원 공사를 마친 후 '문화역서울 284'로 재탄생한 것은 2011년이다.

'문화역서울284'는 사회상을 반영해온 공간으로 서울역을 재조명해 문을 열었다. 신역사가 들어서면서 기능을 상실했지만, 서울시는 구 서울역의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는 방안을 논의했고, 문화공간으로 재활용하기로 결정했다.

지금이나 그때나 서울시가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역사·문화 자원의 발굴'이다. 서울역 주변은 교통의 중심지였지만, 역사적 콘텐츠가 상대적으로 부실한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구 역사의 원형을 복원해 문화공간으로 쓰이는 것은 상당히 의미있는 일이다.

중앙홀과 1,2등 대합실, 귀빈실 등 건축적으로 의미있는 공간은 원형 그대로 복원됐고, 공사 과정을 보여주는 전시실이 만들어졌다. 천장이 높고 널찍한 방과 복도들은 미술 전시와 공연, 컨퍼런스, 연구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 공간으로 쓰인다.

육중한 정문을 열고 들어가면 12개의 돌기둥과 돔으로 구성된 중앙홀이 나온다. 천장의 스테인드글라스는 강강술래는 형상화한 작품이다. 오른쪽의 넓은 3등 대합실에는 거대한 태엽시계를 중심으로 설치미술이 전시 중이고, 조선총독이 사용했다는 귀빈실은 서양식 벽난로와 샹들리에가 여전히 화려하다. 서울역 그릴의 대식당이 있는 2층은 여러 개의 공간으로 나누어 다양한 전시를 열고 있다.

'문화역서울'이란, 전시를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리는 공간임을 뜻하고, '284'는 서울역의 사적번호에서 따왔다. 이 곳에서 열리는 전시회는 대부분 무료여서 시민 누구나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문화역서울 284/한국관광공사



문화역서울 284는 RTO 공연장으로 이어진다. RTO 공연장은 원래 수하물도장과 지하층의 화물창고를 연결하는 목재 원형 계단이 있던 자리였다. 수하물도장이란 승객이 출발역에서 부친 짐을 도착역에서 찾아가는 곳을 말한다. 그런데 해방 이후 미군 수송부대가 이곳을 사용하면서 RTO(Railroad Transportation Office, 철도수송사무소)로 불렀는데, 지금은 그 이름을 그대로 물려받은 공연장으로 쓰이고 있다. 벽면과 바닥 등을 그대로 노출시켜 전쟁의 폐허 같은 느낌을 살리면서 다목적 공연장으로 이용 중이다.

다빈치 코덱스 전 포스터



◆춘삼원, 문화역서울284에서 볼만한 전시

'문화역서울 284'에서는 오는 4월 16일까지 예술과 과학이 만난 '다빈치 코덱스-기록된 미래'전이 열린다.

이번 전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남긴 과학적 탐구와 기계 공학적 창안을 바탕으로 한다. 과학 기술과 예술의 통합을 시도해 기존의 과학융합 전시와는 다른 예술 작품들을 선보인다. 다빈치 코덱스를 재현한 작품과 다빈치처럼 과학과 예술의 융합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국내외 예술가와 공학자, 디자이너 등 일곱 팀이 참여했으며,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한국 현실과 연결한 설치 조형, '모나리자'를 초고해상도로 인쇄해 접은 '얇은 모나리자'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예술과 과학 기술이라는 이질적 분야의 경계를 허물고 우리 삶 속에 이들이 어떻게 융합해 자리하고 있는 지 보여주는 전시가 될 것이다.

참고로 오디오 가이드 비용을 내면 국문은 배우 유아인, 영문은 비정상 회담에서 큰 활약을 한 타일러의 차분하고 친근한 목소리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자세한 전시 정보는 '문화역서울 284' 홈페이지에서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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