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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필름리뷰] '해빙' 끝이 나야만 비로소 출구가 보이는 이수연 표 함정

해빙 포스터/롯데엔터테인먼트



[필름리뷰] '해빙' 끝이 나야만 비로소 출구가 보이는 이수연 표 함정

지난해 5월 나홍진 감독의 '곡성'이 극장가를 찾은 관객을 현혹시켰다면, 올해는 '해빙'이 관객과 심리 밀당을 펼칠 전망이다.

이수연 감독과 조진웅·신구·김대명 등 연기파 배우들의 의기투합으로 제작단계부터 화제가 됐던 영화 '해빙'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이 썩 잘어울리는 영화다. '아하! 결국 범인과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구나'하고 단정짓는 순간, 감독의 덫에 걸렸다는 걸 깨닫게 된다.

영화는 4월, 한강이 녹고 머리없는 시체가 수면 위로 떠올랐을 때 병원을 찾은 한 노파가 수면 내시경 도중 자신이 과거에 유기한 시체에 대해 이야기한다면?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해빙/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의 배경이 되는 공간은 15년 전 미제연쇄살인사건으로 유명했던 경기도의 한 신도시다.

주인공 승훈(조진웅)은 사채를 쓰고 강남에 병원을 개업했다가 망한 후, 계약직 의사로 전락해 신도시의 한 병원에서 일하게 된다. 그리고 치매 아버지 정노인(신구)을 모시고 정육식당을 운영하는 성근(김대명)의 건물 원룸에 세들어 살게 된다. 그러던 중 정노인이 수면내시경 중 우연히 흘린 살인 고백을 듣고 정육식당 부자에 대한 의심을 품게 된다. 승훈은 그날 이후 한순간도 편하게 잠들 지 못하고 불면의 밤을 보낸다. 불신은 갈수록 깊어지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승훈을 찾아왔던 전처까지 실종되고 만다.

이 작품은 주인공 승훈이 절대악인 살인마를 찾기 위해 추격하는 전형적인 한국 스릴러가 아니다. 공포의 망망대해에 표류하는 승훈의 시선과 심리를 쫓아가기 바쁘다.

헤어나올 수 없는 악몽 속에 빠진 승훈은 배우 조진웅이 연기한다. 모든 것을 잃은 한 남자가 살인사건의 악몽 속에서 허우적대는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정노인의 아들이자 정육식당의 주인 성근 역에는 배우 김대명이 캐스팅됐다. 겉으로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친절하지만, 끝끝내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다. 따뜻한 미소 뒤에 감춰진 서늘함이 승훈을 위협한다. 두 사람 외에도 영화 곳곳에는 수상한 인물들이 배치돼있다. 승훈을 짝사랑하는 것 같으면서도 비밀을 숨기고 있는 간호조무사 미연, 승훈을 미행하는 정체불명의 전직 형사 경환은 관객을 더욱 미로 속으로 밀어넣는다.

영화는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기 전까지 관객의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만든다. '심리 스릴러'라는 말이 확실히 와닿은 작품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심리의 저변과 사건의 비밀을 이중적으로 풀어나가는 정교한 재미와 함께 등장인물 각각의 군상을 통해 인간 본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해빙' 속 배우들의 연기도 연기이지만, 이 영화에서 주목해야할 또 한가지는 바로 '공간'이다. 정육식당 부자의 비밀이 감춰진 정육점 내부의 냉장고, 금방이라도 피가 묻어날 것만 같은 식당 바닥은 영화의 공포감을 배가시킨다. 또한 따뜻하고 아늑해야할 승훈의 작은 집은 어느 순간 숨통이 조여오는 답답한 공간으로 변모해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수연 감독은 공간의 미장센을 위해 조명에 특별히 신경을 썼다. 영화 전·후반을 나눠 전반은 채도가 높은 조명을 썼다면, 후반부로 갈수록 낮은 채도의 조명을 써 대비를 뚜렷하게 했다. 현실감 넘치는 공간 디테일과 조명은 영화의 몰입도를 높이며 관객을 미스터리의 한 가운데로 끌어들일 것이다. 3월 1일 개봉. 15세 이상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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