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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 판단과 행동에는 결과와 책임이 따른다



"선배, 삼성 공채 어떻게 되는지 아는 거 없어요? 취준생에겐 생존이 걸린 문제인데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어서…"

오는 토요일 졸업을 앞둔 대학 후배가 삼성그룹을 담당하는 기자에게 대뜸 채용 일정에 대해 아는 것이 있냐고 전화로 물어왔다. 그는 높아진 청년실업률을 언급하며 "채용 하나하나가 아쉬운 상황인데 가장 많은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삼성에서 아직도 채용을 확정하지 못했다니 졸업을 앞둔 친구들이 멘붕"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당혹스럽기는 기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얼마 전만 하더라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의 페이스북에는 매주 토요일 열리는 촛불집회에 참석한 사진도 '친구 공개'로 올라와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이재용 부회장 구속을 주장하던 그가 삼성 공채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니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기자의 물음에 그는 "당장 먹고 사는 일이 우선이니까요"라며 "그렇다고 설마 구속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라고 겸연쩍은 반응을 지어보였다.

특검 수사가 시작될 때만 하더라도 여러 취업준비생 커뮤니티에서는 '정치적 올바름(PC)'을 내세우며 최순실과 연관된 국내 대기업들을 일괄 처벌해야 한다는 글이 줄을 이었다. '대기업도 정권에게 ATM 취급을 당했으니 피해자 아니냐', '총수가 모든 것을 알진 못할 텐데 구속하자는 것은 지나친 얘기다' 등 기업 처벌에 동조하지 않는 글에는 각종 인신공격이 난무하기도 했다.

결국 이 부회장이 구속됐고 삼성의 채용 프로세서는 멈췄다. 언제 자리를 떠날지 모르는 CEO가 계열사 인사를 단행해 퇴직자를 만들고 채용 규모를 정하는 것도 부적절하거니와, 계열사별 수요를 조사해 공채 일정을 세워야 할 미래전략실이 재판 준비만으로도 허덕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른 10대 그룹 역시 현대차·LG·SK 그룹 외에는 채용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 반(反)기업 정서가 높아지고 미국과 중국의 보호무역주의 등 대내외 불확실 요소가 많아진 탓이다.

취준생 커뮤니티는 늦더라도 채용을 하긴 할 것이라는 기대감과, 채용규모가 줄어들 경우 그 줄어든 인원에 자신이 포함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엇갈리고 있다. 본인이 바라던 결과가 스스로의 미래를 깨뜨린 지금의 상황이 그들이 감당하기에 너무 비싼 수업료는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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