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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휘종의 잠시쉼표] 상법개정안, 다시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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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나라가 어지럽지만 지금 기업들에 가장 큰 걱정은 국회에 계류된 '상법 개정안'이다.

상법 개정안이 발의된 계기는 대주주들이 기업경영을 전횡하고 소액주주들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이를 막자는 취지에서였다. 일부 기업 경영자들이 상장된 법인을 마치 개인회사처럼 마음대로 운영하거나 분식회계, 편법상속, 회사 기회유용 등을 저질러 이런 법안이 발의됐다.

소액주주들이 피땀흘려 모은 돈을 대주주들이 일방적인 전횡을 저질러 피해를 입힌 사례가 많았다. 그런 취지에서 상법을 개정할 필요성은 있다.

그런데 지금 발의된 상법 개정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당초 취지와 다른 결과를 낳을 것 같아 걱정스럽다. 20대 국회에는 모두 20여 건의 상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경제민주화를 외치며 너도나도 법안을 발의한 결과다.

이 가운데 특히 논란이 되는 사안은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도'와 '집중투표제 의무화'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도란, 말 그대로 감사위원을 분리해서 뽑자는 것이다. 감사는 기업의 재무성과나 중장기 경영전략을 대주주로부터 견제·감시하는 사람이다.

지금 발의된 법안에 따르면 감사를 분리해서 뽑아야 하고, 이 때 대주주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대주주를 포함한 모든 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겠다는 게 골자다. 대주주의 지분이 3%를 넘는 얼마가 됐든, 의결권은 3%밖에 행사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기업의 경영권이 위협을 받을 수 있다. 3%씩 지분을 가진 기타 주주들 몇명이 몰래 작전을 짜고 감사를 자기들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선임할 가능성이 지금 발의된 법 아래에서는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이런 상황이 벌어질 경우 외부 세력들이 자기 사람을 감사로 심어 기업의 중장기적인 비전보다 단기적인 배당에 치중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하다못해 기업의 민감한 경영전략도 외부로 노출될 수 있다. 기업 비밀이 노출되는 것은 전쟁에서 작전계획이 노출되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

집중투표제란 주주총회에서 이사진을 선임할 때 '1주 1표'의 원칙 대신, 선임하는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주총에서 3명의 이사를 선임할 경우 100주를 가지고 있다면 원래는 각 이사에 대해 100표씩 찬반투표를 하지만, 집중투표제는 3명 가운데 자신이 원하는 이사에게 300표(100주×3명)를 몰아주고, 나머지 2명의 이사에 대한 권리는 포기하는 것이다.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들에게 유리한 제도이지만 앞서 말한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도와 함께 도입되면 경영자 입장에서는 '역시너지효과'가 발생한다. 극단적으로는 2003년 '소버린 사태'처럼 외국계 투기자본이 국내 대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다.

이 개정안들이 소액주주를 보호하기 위해 발의됐지만 실제 주총현장에서 0.1%에도 못미치는 소액주주들이 힘을 합칠 가능성보다 어느 정도 자본력을 가진 외국계 펀드나 투기자본 등의 외부세력들이 경영권을 위협할 가능성이 더 높다. 이는 지금까지 경영권을 위협받은 대기업들의 사례에서 나타났다는 게 학계의 연구결과다.

이 법안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재계가 '공포 마케팅'으로 국회와 국민을 위협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업들에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지, 우리 기업들의 경영권을 불안하게 만들자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투기자본이 기업을 위협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소액주주들의 권리는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 하지만 그 방법이 지금 발의된 감사위원분리선출제도와 집중투표제는 아닐 수 있다. 국회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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