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수정 : 2017-01-16 09:39:53

[소비자금융]소멸시효완성채권 소각, 그들은 빚에서 벗어날까?

소멸시효완성채권 소각, 그들은 빚에서 벗어날까?

서민들의 부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소비자금융 업계가 잇따라 '소멸시효완성채권'을 소각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SBI저축은행은 지난달 서울 을지로 본사에서 단일 규모로는 사상 최대인 약 1조원의 채권 소각식을 가졌다. 이날 소각된 채권은 SBI가 보유하고 있던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으로,약 12만명의 채무자가 빚을 탕감받았다. SBI는 상반기에도 1조1000억원 규모의 소멸시효 완성채권을 소각할 예정이다.

소멸시효완성채권이란 채무자가 대출원리금을 연체한 날부터 5년이 지나면 소멸되고, 시효가 소멸한 채권에 대해선 채무자의 변제 의무가 사라지는 것이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대부업체 산와대부(산와머니)가 1063억원, 아프로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가 3174억원에 달하는 소멸시효완성채권을 소각했다.

이밖에 시민단체와 지자체에서도 기금을 조성해 시효완성채권의 변제 의무를 청산해 주는 행사들을 진행하며 서민들의 채무 경감에 나서고 있다.

◆시효완성채권 관련 정책 점차 강화돼

금융당국은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을 추심하거나 대부업체 등에게 매각하는 행위를 자제할 것을 권고하며 시효완성채권과 관련된 규제를 강화해 가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채무자의 권익을 대폭 강화한 개정 '채권추심업무 가이드라인'이 시행됐다. 은행과 저축은행, 농·수·신·산림조합중앙회, 여신금융사, 신용정보사, 금감원 감독대상 대부업자 등 3200여개가 넘는 기관들이 적용대상이다.

소멸시효가 완성된 대출채권을 추심하거나 추심회사에 위임할 수 없고, 채권양도통지서상 소멸시효 완성여부 명시도 의무화 됐다. 추심을 위한 채무자 접촉행위 횟수도 2회로 줄었다.

이러한 채권추심 행위 제한 강화는 입법 활동으로까지 이어졌다. 민병두 국회의원은 장기소액 연체채권에 대한 채무조정 소각,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에 대한 통지와 제3자 양도금지 등을 골자로 한 '대부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한 금액 이하의 소액채권에 대해서는 대부업자 및 여신금융기관이 채무조정 또는 소각할 수 있도록 규정하자는 내용이다.

이러한 채권추심 제재 강화 추세에 추심업계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2010년 이후 5년간 162개 금융회사는 4122억원(미상환 원금 기준)의 소멸시효 완성채권을 매각했다. '추심업'을 영위하기 위해 값을 지불한 자산이기 때문에 재산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시효완성채권 탕감, 빚은 끝날까?

소멸시효완성채권에 대한 소각이 늘어나면서 직접적인 채무 탕감을 받는 수혜자가 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효완성채권 탕감이 서민들의 빚 청산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10월 국회정무위원회 지상욱 의원실이 금융권의 다중채무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3개 이상 금융기관에 대출이 있는 다중채무자수는 2016년 6월 기준 369만명으로, 그 금액은 400조원에 이른다. 통계가 은행, 저축은행, 보험권 대상인 만큼 타업권을 포함하면 규모는 더 커진다.

더 심각한 것은 저신용자, 즉 서민들의 다중채무다. 중·저신용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저축은행 지표를 보면, 서민들의 다중채무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저축은행 채무자 가운데 다중채무자수는 총채무자의 65%며, 그 잔액의 비중도 66.2%에 이른다. 2013년 58.8%였던 다중채무자 비율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10명 중 6명 이상이 다중채무자다.

물론 채권 소각으로 채무를 탕감해 주는 것은 성실상환자의 자립을 돕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하지만 가계부채 뇌관인 다중채무자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성실상환자와 채무고의미납자를 거르지 못하고 행해지는 무분별한 시효완성채권 빚 탕감은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변제력이 있는 사람들까지 '버티면 탕감해 주니 갚을 필요 없다'는 인식이 퍼지고, 빚 갚지 않은 권리를 악용하는 이들이 발생할 개연성이 있다는 것.

정책금융으로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연체자 확장은 금융시장 전반을 위협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승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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