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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릴레이 인터뷰] 박겸수 구청장의 "유해업소 0% 역사문화도시" 강북

지난 19일 오후 박겸수 강북구청장이 구청장실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강북구청



박겸수 강북구청장은 집무실 문을 열 때마다 맞은 편에 걸린 휘호 '사인여천(事人如天·사람 대하기를 하늘처럼 하라)'을 마주한다. "2010년 당선 때 우리 지역서 글 잘 쓰는 분께 부탁했지요. 날마다 볼 수 있는 글귀를 써달라고요."

지난 19일 만난 박 구청장은 손끝으로 액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사(事)'는 일이라는 뜻 외에 '섬긴다'는 의미도 있거든요. 주민을 주인으로 섬기는 구정을 펼치기 위해 항상 마음에 되새기면서 행정을 펼치고 있습니다."

◆캠핑하는 '역사 문화 관광 도시'

강북구청은 지금 역사문화관광도시 만들기에 한창이다. 박 구청장은 2010년부터 '역사 문화 관광벨트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북한산 자락 순례길을 따라 우이동에서 국립 4·19 민주 묘지와 순국선열묘역, 봉황각 등 국립공원 주변으로 각종 시설을 만듭니다. 여기에 근현대 역사 문화 유산들을 엮어 1박 2일 스토리텔링 관광코스를 조성한다는 구상이죠." 처음엔 의구심을 갖는 구민이 많았다고 한다.

박 구청장은 "삼양동 체육공원과 우이동 만남의 광장, 윤극영 가옥 기념관 등을 조성한 후 지난 5월에는 근현대사기념관을 열었죠. 이제는 많은 구민께서 이 사업을 지지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봉황각과 4·19 기념관을 근현대사 기념관이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며 1박 2일 캠핑장에 대해 설명했다. "둘레길을 쭉 걷다가 온가족이 자고 일어나 여정을 잇는 이색 코스입니다. 앞으로 2년은 걸리지 않을까 생각해요." 가족 캠핑장은 1차 용역이 끝나 땅 매입과 실시 설계가 남았다.

박 구청장은 북한산 둘레길의 문화유산을 광화문과 비교했다. "광화문과 경복궁, 창경궁 등은 왕조와 지배층 양반의 문화입니다. 그에 반해 강북구는 고난과 역경을 딛고 민주주의와 경제 번영을 이끈 근현대사의 진정한 백성문화가 오롯이 녹아있어요. 왕조문화가 아닌 백성의 문화를 강북구에서 볼 수 있습니다."

'야시시한 빨간집을 없애주세요!' 지난해 5월 성암여자중학교 학생들이 학교 주변 유해업소 퇴출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박겸수 구청장은 "다 없어질 때까지 한다"며 학교 주변 환경 개선 의지를 보였다./강북구청



◆'유해업소 제로 도전' 끝까지 간다

(사인여천)휘호에 담긴 그의 선언은 계속 이어졌다. "다 없어질 때까지 합니다." 강북구청을 '역사문화관광도시'로 그리려면, 학교 주변 청소년 유해업소부터 지워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들 가게는 겉으로는 작은 찻집으로 보인다. 그러나 저녁이 되면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들이 붉은 조명 아래서 취객을 유혹한다. 문제는 업주들이 세가 저렴한 주택가를 파고들다 학교 앞까지 들어섰다는 점이다.

"그렇죠!" 박 구청장에게 '유해업소 의심은 평수로 하느냐'고 묻자, 엄지와 중지를 튕기며 눈을 반짝인다. "4평밖에 안 되는데 음식점을 한다? 감을 잡는 거죠."

강북구는 지난해 5월 학교 주변 청소년 유해업소 근절운동을 시작했다. 운동을 시작한지 1년 반 만에 유해업소 170곳 중 95곳이 문을 닫았다. 문을 닫은 업소 가운데 33곳은 건물주가 직접 내쫓은 경우다. "제 생각에 앞으로 3년 안에 없어집니다."

처음엔 해멨다. 10시 넘어 장사하는 이들 업소에 단속을 시도하면, 안에서 셔터를 내리고 장사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입한 전략이 '건물주 설득'이다.

"힘들었습니다. 건물 주인을 설득해서 업주와 재계약하지 않도록 했어요. 주민 여론 등을 이야기하면서 '업종 바꾸면 분위기 좋아진다'는 식으로요."

철거된 업소에서 일하던 여성들은 어떻게 되는지 물었다. "기초생활보장법을 꾸준히 안내하고 있어요. 대부분이 다양한 업종으로 변경합니다. 과일가게라든지 미용실, 네일아트 등 동네 색깔에 맞게 바꾸고 있죠."

구청 관계자는 "자식들이 '동네 사람들에게 창피하다'며 건물주인 부모를 설득한 사례도 있다"고 귀띔했다.

"초등학교를 찾아가 학생들 의견을 들었어요. 어디 문이 이상하다든가, 큰 일 아닌데도 이렇게 만들어서 보내주더라고요." 박겸수 구청장의 책상 뒤에 붙은 액자에는 지역 초등학생들이 보낸 감사 인사로 가득하다./강북구청



◆경전철 역세권 "알차고 개성 있게"

강북구는 2009년부터 우이-신설 지하경전철 사업도 하고 있다. 공정률 90%를 넘어선 경전철은 내년 7월 개통한다. 우이동에서 동대문구 신설동까지 걸리는 출퇴근 시간이 기존 50분에서 20분으로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강북구는 자연 녹지, 쉽게 말해 산이 60%가 넘습니다. 남은 공간도 일반 주거지여서 상권 발달이 미약하지요."

박 구청장이 이번 경천철 역사와 기존 수유·미아·미아사거리역을 중심으로 역세권을 개발하려는 이유다. 그는 "강북구가 서울 동북부의 중심에 있어, 쇼핑을 포함한 다양한 문화 욕구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교통 접근성이 좋은 관내 3개 역세권 주변을 잘 개발하면, 서울 동북부와 의정부, 동두천, 양주 주민들도 굳이 서울 도심까지 갈 필요가 없어요."

전통시장에 방문한 박겸수 구청장./강북구청



대표적인 곳이 미아사거리역이다. 이 일대 강북6구역은 균형발전촉진지구로 지정돼 있다. 준주거지였던 이 곳은 2011년 상업지역으로 바뀌었다. 지금 강북6구역에는 지하 5층 지상 14층짜리 복합쇼핑몰과 금융·보험 업무 시설이 있는 복합빌딩이 들어서있다.

앞으로 강북5구역에는 27층짜리 주상복합 건물 2개 동과 소공원이 생긴다. 강북7구역에는 26층 복합빌딩 두 동과 근린생활시설 등이 세워진다.

박 구청장은 "우이-신설 경전철 구간에 들어설 8개 역사 주변을 역사 문화 관광 도시의 특성을 담은 상권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예술가들이 홍대 앞을 활성화시키자, 임대료가 올라 갈 곳이 없어진 '젠트리피케이션' 사례가 우이역에서도 일어나지는 않을까. 박 구청장은 "사전에 임대하는 사람과 상인의 의견을 조율해 대책을 세워놓겠다"고 말했다.

"갑자기 활성화됐다고 '훅'사라지면 안되니까요. 경전철은 소규모 역세권이지만, 내용이 알차면 사람이 몰립니다. 지역별 수요에 맞는 상권을 개발할 겁니다."

지난 5월 문을 연 근현대사 박물관. 박 구청장은 "이 정국에서 지방자치제도가 조용히 빛을 발하고 있다"며 "우리 국민은 위기 때마다 일어나 군부독재를 몰아냈다"고 말했다./강북구청



◆탄핵정국서 빛나는 지방자치제도

다산 연구소 기획위원인 박겸수 구청장은 각종 기고문에서 다산의 애민정신을 강조해왔다. 그에게 정약용이 일컬은 목민관과 대중투표제적 민주주의사회의 정치인은 다르지 않느냐고 물었다.

"봉건시대 때 '목민'이라는 말 쓰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다산은 '목민심서'에 썼어요. 관리들이 '나라의 주인은 왕이지만 백성을 떠받들고 사랑한다', 이런 목자적 입장에서 봐야한다는 것이죠. 그때는 왕의 시대여서 목민이 최상의 이념이었습니다. 감히 관리가 '목민'한다는 것은 절대 쉽지 않은 겁니다."

두 시대의 차이점을 말하던 박 구청장은 둘 사이에 여전히 '애민'이 있다고 말한다.

애민과 사인여천을 다짐하는 박 구청장은 태도는 높은 공약 이행률로 드러난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지난 7월 강북구에 전국 최고 수준인 'SA 등급'을 매겼다. 박 구청장은 "1150명 공직자가 사인여천 정신으로 일해 준 덕분"이라며 공을 돌렸다.

'한국 근현대사 도시'를 이끄는 박 구청장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이 미치는 영향이 없느냐'는 질문에 자부심을 담아 대답했다. "이 정국에서 가장 빛을 발하는 것이 지방자치제도입니다. 만일 임명직으로 했으면 엄청난 혼란이 왔을 겁니다. 전부 국무총리만 쳐다봤겠죠."

그는 조선 말기와 일제 강점기부터 6·29선언에 이르는 격동의 민중사를 열거하다 '촛불'에 이르렀다. "한국사에 한 획을 긋는 촛불 민심이 타오르고 있습니다. 이 역사를 발전시키면, 대한민국에 소중한 자산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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