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AI영상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사회>지역

[지자체 릴레이 인터뷰] 김영종 구청장의 "걷기 좋은 한옥 도시 종로"

행정가의 추진력과 건축가의 안목이 만나면 도시의 숨이 트인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복잡하고 오밀조밀한 서울 한복판을 걷기 편한 길로 비워가고 있다./손진영 기자



"일본 요코하마의 작은 위성도시였어요. 절 앞과 꽃길, 하천 길을 걷다 보면 어느 지점에서 만나게 돼 있죠. 도시 안에서 누군가의 집 앞과 절, 하천을 상쾌하게 걷다보면 어느새 4㎞를 움직인 겁니다. 종로를 그런 건강한 도시로 만들고 싶습니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이 양 손의 검지로 교차하는 곡선을 그린다.

지난 14일 만난 김 구청장은 도시 설계를 이야기 할때마다 의자에서 등을 뗐다. 33년 전 건축사 자격증을 딴 그는 "600여년 간 당대 사람에게 필요한 무언가가 만들어진 흔적이 쌓인 곳이 지금의 종로"라며 "이곳의 가능성이 좋다"고 말했다.

도시비우기 사업을 통한 시설정비를 앞둔 윤동주 문학관 주변. 통행을 막는 가로화분과 건너편이 막힌 횡단보도, 셋으로 나뉜 지주 시설 등으로 답답한 느낌을 준다./종로구청



윤동주문학관 앞이 도시비우기 사업으로 탁 트인 모습. 사람의 통행을 방해하고 답답한 느낌을 주는 시설을 치우거나 합쳤다. 통행을 돕기 위해 보도를 새로 채웠다./종로구청.



◆걷기 좋은 길에 길이 있다

김 구청장은 건축가의 시선으로 종로의 폐활량을 키우고 있다. 종로구의 '도시 비우기'는 마구잡이로 세워진 유사·인접 시설물을 통·폐합하는 사업이다.

"대문을 엽니다. 길이 나오죠. 그래서 누구라도 편히 다니는 길을 만드는 일이 중요합니다." 서울에는 30여종 150만 개 시설물이 거리를 채우고 있다. 그런데 시설물 설치·관리 부서와 기관은 제각각이다. 이를 유기적으로 통합할 가온머리(컨트롤 타워)도 없다. 김 구청장은 이들 시설물이 보행에 불편을 주고 도시 미관도 해치는 문제에 팔을 걷고 나섰다.

종로구는 2013년부터 군부대와 경찰청, 한국전력과 소방서, 우체국 등과 뜻을 모아 4년 동안 1만4579곳을 정비했다.

'미리 비우기'도 사업의 한 부분이다. 시설물 설치 계획부터 해당 기관과 사전에 협의해 시설물을 미리 비워 절감한 예산이 4억4000여만원이다. 불필요한 시설물을 세웠다 철거하는 비용을 아낀 결과다.

"계단 하나라도 편히 오르도록 작은 계단을 덧붙이고, 인도와 높이가 같은 '고원식 횡단보도'를 도입한 이유도 마찬가지예요. 걷기 편하면서 자동차 방지턱 역할도 하죠."

하지만 걷기 편한 길이 곧 '쉬운 길'을 뜻하지는 않는다. "마냥 편하기보다는 날마다 걷고 싶은 산길도 만들어야 합니다. 그게 시민을 건강하게 해요. 관광객 유입으로 지역 경제도 살릴 수 있지요. 걷는 사람이 주인 되는 도시여서 편히 올 수 있으니까요."

도시 비우기 사업은 '2015 전국 기초단체장 매니페스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공약분야 최우수상을 받았다. 지난해 행정자치부의 지방자치 20년 평가에선 우수사례로 채택돼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소개됐다. 현재 관악구와 양천구 등 전국 16개 지자체가 이를 본따르고 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한옥에 시멘트를 사용하는지 묻자, 김영종 종로구청장이 눈을 반짝인다. "하지만 현대의 좋은 재료를 활용하는 일도 필요합니다. 전통적인 석회와 시멘트를 적절히 활용하며 한옥을 짓고 있어요." 해체한 오진암 재료로 2014년에 지은 무계원에는 석회와 시멘트가 절반씩 들어갔다. 옹벽에 시멘트가 들어갔지만, 기와 등에는 석회를 사용하는 식이다./손진영 기자



◆한옥,전통과 현대 기술의 조화

"시멘트는 나쁜 재료가 아닙니다. 시대 변화를 반영했을 뿐이지요."

21세기 종로 한복판에서는 한옥의 해체와 조립이 한창이다. 종로구는 서울 3대 요정이던 오진암을 해체해 부암동에 옮겨 짓고 '무계원'이라는 이름으로 한옥체험관을 열었다. 조선시대 안평대군이 즐겨 찾은 무계정사와 가깝다는 사실에서 착안했다.

조선시대 방식으로 석회로만 한옥을 짓는지 묻자 김 구청장은 보존이 아닌 '보전'을 이야기했다. "시대 변화에 따라 시멘트도 쓸 수 있습니다. 시멘트는 전기의 발견처럼 인류사에 중요한 재료지요. 물론 흘러내리거나 다른 재료에 미치는 영향은 있어요. 그래서 석회와 시멘트를 적재적소에 활용합니다."

김 구청장은 "무계원은 석회와 시멘트를 절반씩 활용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돌 쌓는 부분은 전통식으로 돌만 이용했다. 옹벽에 콘크리트를, 기와 등에는 석회를 사용했다"며 전통과 현대 건축기술의 조화를 이야기했다.

종로구는 전체 면적의 48%가 한양도성 안에 있어 한옥이 많다. 2014년 기준으로 서울 한옥 3분의 1인 4143채가 이곳에 있다. 이에 활용 가치가 있어도 도심 개발로 버려지는 한옥 자재를 재활용하기 위해 종로구가 나섰다. '한옥자재 재활용은행'이 생긴 배경이다.

재활용은행은 지난해 1월 신영동에 세워졌다. 종로구가 한옥 철거 신고를 접수한 뒤 전문가를 현장에 보낸다. 한옥 자재 보존 여부를 진단한 전문가가 목재와 주춧돌, 기와, 대들보 같은 자재를 선별 해체한다. 철거예정 한옥의 실측도면도 만들어 한옥자료 영구 보존에 신경쓰고 있다. 은행에 상주하는 한옥 전문가는 주민에게 한옥 설계와 시공, 보수 등에 대한 자문을 무료로 해준다.

종로구는 지난 8월 '제3회 시민들과 함께하는 궁중무용 여민마당'을 열었다. 이날 3부 공연에서 김영종 구청장과 중요무형문화재 제39호 처용무보유자 김용 씨 등 각계각층 17명이 반 년동안 연습한 처용무를 추었다./종로구청



◆쪽방촌 지킴이 '돈의동 홍반장'

"돈의동 '홍반장'을 아시나요? 쪽방 주민이 마을 집사가 돼 이웃들에게 생활 서비스를 해준답니다."

건축가이자 행정가인 김영종 구청장은 범죄예방 도시 디자인에도 열심이다. 돈의동 쪽방촌에는 성인 한 명이 겨우 누울 수 있는 쪽방 건물에 700여명이 산다. 온냉방과 세면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데다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둔 건물이 밀집돼 있다.

이곳의 변화는 지난해 3월 '새뜰마을' 지정으로 시작됐다. 새뜰마을은 지역발전위원회와 국토교통부의 공모사업이다. 돈의동 쪽방촌은 서울 자치구에서 유일하게 선정된 곳이다. 종로구는 이곳에 52억 예산을 4년간 쏟아 최저 주거환경을 마련하고 거주민의 자활과 공동체 회복을 돕는다.

"홍반장은 이웃과 병원에 동행하거나 세착물 방문 수거, 텃밭 가꾸기 등을 도맡습니다. 돈의동 행복 마을학교에서는 희망밥상과 워크숍 등을 열어 마을 문제를 함께 논의하죠."

1년뒤, 이곳의 성범죄율이 100% 줄었다. 절도는 25%, 음주와 폭행 사건이 20% 감소했다. "환경과 사람들의 생각을 함께 바꿔가야 합니다. 홍반장 등으로 서로 돕다 보니 분위기도 그렇게 변한 것이죠."

김영종 구청장은 올해 구정 활동의 주요 성과 중 하나로 '북촌 마을 안내소와 편의시설 조성'을 꼽았다. 원래 이곳에는 20년 넘은 화장실과 창고가 있었다. "주민에게는 쾌적한 공간으로, 관광객에는 공공화장실과 편의시설을 제공해 서울교육박물관을 알리고 정독도서관의 녹지 공간으로 자연스레 이끄는 장소성을 창출했습니다." 이곳은 2016 대한민국 국토경관디자인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종로구청



◆아이가 기뻐해야 어른도 행복

주한일본대사관 앞에는 '위안부' 소녀상이 있다. 소녀 옆에는 빈 의자가 있어, 그와 함께 일본을 바라볼 수 있다. 주먹 쥐고 일본을 응시하는 이 소녀의 모습을 구상한 사람이 김영종 구청장이다.

"2011년 봄이었어요. 처음엔 '평화비'를 세우자며 정신대 대책위 회장 등이 찾아왔습니다. 도로법상 비석을 세울 수는 없어 조각상을 놓기로 했죠."

김 구청장은 당시 평화비 문제를 논의하던 소파를 바라보았다. "제목을 '기다림'이라고 정했어요." 일본 사람이 부끄러워할 모습은, 어르신이 아니라 일본군에 잡혀가던 소녀의 얼굴이었다. "당신들의 사과를 기다리겠다는 뜻이죠. '위안부' 할머니가 그 옆에 앉아 꾸짖을 수 있지요. 시민이 앉는 '체험 의자'이기도 합니다."

소녀의 다른 말은 아이들이다. 종로구는 2017년 아동 친화 도시가 되기를 꿈꾼다. "종로 전체에서 아동 비율은 13%지만, 아이가 안전하고 행복한 환경이 어른도 행복하게 만듭니다."

유니세프는 유엔아동권리협약의 기본권인 생존과 보호, 발달과 참여를 실천하는 지역사회를 아동 친화 도시로 인증한다. 종로구는 내년 부암동과 숭인2동에 어린이집을 짓고 5월부터 3달 동안 아동실태조사를 시작한다. 관내 아동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기 위해서다. 이를 바탕으로 아동참여위원회를 만들고 어린이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할 예정이다.

"시간과 비용이 들겠죠. 하지만 어린이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사회분위기 확산을 기대합니다. 종로구민 여러분, 따뜻한 연말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