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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옥죄는 권력] 정권마다 기업 손목 비틀기

(그래픽) 박근혜 정부 권력형 재단 설립과 모금액



"정권에 의해 강제로 자금을 지원한 것도 억울한데 기업 총수에 대한 검찰 수사까지 진행되면서 경영 활동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검찰이 참고인 신분으로 지난해 7월 박근혜 대통령과 비공개 면담을 한 것으로 알려진 대기업 총수를 소환하면서 재계 관계자들의 현 정권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정권에 의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자금을 지원한 기업인이 검찰 수사를 받으며 자칫 형사 처벌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14일 재계 관계자는 "검찰 수사망에 놓인 기업들은 그야말로 패닉 상태"라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대통령의 지원 요청, 모른척할 수 없어"…왜?

검찰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지난해 7월 24일 청와대로 대기업 총수 17명을 불러 오찬을 겸한 공식 간담회를 가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등이 이날 간담회에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당시 한류 확산을 위해 대기업들이 재단을 만들어 지원했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이틀에 걸쳐 청와대와 외부 모처에서 기업 총수들과 개별 면담을 실시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미르와 K스포츠 재단 설립의 취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했을 거란 시나리오다.

대기업 총수들은 당시 대통령과 비공개 면담을 통해 이후 미르와 K스포츠 재단에 거액을 기부했다. 삼성이 여러 계열사를 통해 가장 많은 204억원을 출연했으며 현대차 128억원, SK 111억원, LG 78억원, 한화가 25억원을 냈다.

재계 관계자는 "체육·문화 진흥을 위해 정부가 미르와 K스포츠 재단을 설립한다는데 청와대, 나아가 대통령의 협조 요청을 어떻게 모른 척 할 수 있겠나"라며 "국세청 등 사정기관으로부터 어려움을 당할 각오를 하지 않는 한 이 두 재단에 돈을 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통치자금, 최근엔 국책사업 명목

기업들이 정권의 관심 사업에 자금을 지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일명 '준조세'라고도 불리는 기업자금 지원은 과거 정부에서도 있었다. 다만 과거에는 통치자금의 일환이었던 반면 최근엔 국책사업 명목이란 점에서 성격의 차이가 있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의 준조세 성격의 기업 자금 지원에 대해 재계 관계자들은 과거 정권들이 보인 악습에 따른 학습효과라고 지적한다.

지난 1983년 전두환 전 대통령은 미얀마 '아웅산 폭탄 테러' 유가족 지원을 명목으로 일해재단을 만들어 대기업들로부터 3년간 598억원을 거뒀다. 이후 1988년 5공화국 비리 청문회에서 당시 정권 실세가 재단 출연을 강제했다는 기업인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재계 관계자는 "당시 일해재단의 실제 목적이 전 전 대통령 퇴임 이후를 보장하기 위해서라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고 말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 역시 각종 통치자금의 일환으로 기업들로부터 돈을 걷고 무려 50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비자금이 드러나자 "통치자금은 잘못된 것이긴 하지만 우리 정치의 오랜 관행이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기업들로부터 정치자금을 거둔 대표적인 사례로는 지난 2002년 한나라당의 '차떼기' 사건을 꼽을 수 있다.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트럭째 돈을 건네받는 수법으로 대기업으로부터 823억원을 강제했다. 당시 노무현 후보 캠프도 112억원의 불법 대선자금을 조성했다. 지난 2004년 정치자금법 개정 이후 기업으로부터 노골적으로 정치자금을 걷는 관행은 상당히 사라졌다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정부의 국책사업에 기업 돈을 동원하는 관행은 사라지지 않고 이명박 정부 이후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건설, 녹색성장 등의 사업에 대기업을 대거 참여시켰고 그 결과 87개 대기업으로부터 7184억원의 동반성장기금 출연금을 약정했다. 서민대상 저리대출사업인 미소금융재단에는 10년간 1조원을 출연, 총 2조원대 미소금융 재원을 기업들로부터 거뒀다.

박근혜 정부 들어선 미르·K스포츠 재단 774억원 외에도 청년희망펀드 880억원, 지능정보기술연구원 210억원, 한국인터넷광고재단 200억원, 중소상공인희망재단 100억원 등 모두 2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거뒀다. 창조경제혁신센터 17곳 중 15곳은 대기업이 맡아 운영 중이다. 이들은 적게는 3100만원에서 많게는 100억원까지 센터 운영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는 "기업들이 준조세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는 것은 정부의 규제 등 권한이 막강하기 때문"이라며 "수많은 규제와 세무조사권, 검찰권 등으로 인해 기업이 정부의 부당한 요구를 뿌리칠 수 없는 구조로, 규제 철폐 등을 통해 기업 환경을 개선해 정경유착의 폐해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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