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AI영상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산업>재계

[기업 옥죄는 권력] 결국 고양이 앞의 쥐



개성공단 폐쇄부터 차세대 전투기 선정까지 국정 전반에 비선실세가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며 정권과 기업의 관계가 재조명되고 있다.

13일 검찰에 따르면 지난 12일 비선실세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게 35억원을 제공한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이 검찰에 소환돼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19시간에 걸친 조사에서 검찰은 자금지원 경위와 대가성 여부, 그룹 수뇌부의 역할 등을 집중 추궁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소환조사도 이날 비공식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 8일 삼성그룹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LG, 한화, SK 등 기업들에 대한 압수수색도 준비되고 있다. 이르면 이번 주 내에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대차 정몽구 회장, 한화 김승연 회장, SK수펙스 김창근 의장 등은 이미 소환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최순실의 자금미르·K스포츠재단, 창조경제혁신센터 등에 기금을 출연한 기업들을 모두 조사할 방침이다.

이들 기업은 정권의 요구에 따라 자금을 내놨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롯데그룹은 롯데케미칼과 롯데면세점을 통해 45억원을, SK그룹은 SK하이닉스를 통해 68억원을 전달했다. 호텔신라는 삼성그룹을 통해 204억원을 기부했고 신세계도 5억여원을 출연했다.

특히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 입찰에 참여한 기업 가운데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하지 않은 곳은 현대백화점이 유일하다. 때문에 지난 10월 국세청 국정감사에서는 출연의 대가로 특허를 주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미 사업권을 획득한 한화가 미르재단에 15억원, 두산도 7억원을 기부했다"며 "면세점 사업자 특허 취득은 기금 대가성"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최순실은 롯데그룹에 재차 출연금을 요구해 지난 5월 추가로 70억원을 받고는 검찰 압수수색 10일 전에 이를 돌려줬다. 총수 일가에 대한 검찰의 조사가 시작된 것을 최순실이 사전에 파악했어야 가능한 일이다. 이를 감안할 때 비선실세들의 힘이 단순히 '특허를 주는' 수준에 국한되어 있다고 보긴 어렵다.

비슷한 일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에서도 있었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두 기업 결합 시 경쟁제한성이 높다며 합병을 불허했다. 두 기업이 합병하면 케이블TV 78개 권역 중 시장점유율이 60%가 넘는 곳이 15개, 시장점유율 1위 지역이 21개가 된다는 논리였다.

이전까지 공정위는 케이블TV 업계를 위해 케이블TV 지역사업권을 광역화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지역단위 과점이 아닌 전국단위 점유율에 초점을 맞춰왔다.

하지만 공정위는 급작스럽게 '권역별 점유율'을 문제시 하며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주식 인수까지 막아섰다. 당시 양문석 전 방통위 상임위원은 "청와대 등 내외부의 '드러난 손들'과 '보이지 않는 손들'의 압력에 굴복한 결과"라며 "심사를 담당했던 직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업들은 정권 눈치를 봐야만 하는 상황에 몰렸다. 아무 생각 없이 사업에 집중하다가는 '미운털'이 박혀 쫓겨나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이다.

CJ그룹 전(前) 임원은 "좌파라는 낙인이 찍혀 정권 초기부터 CJ가 타깃이라는 소문이 있었다"며 "현 정권이 CJ에 해도 해도 너무했다"고 주장했다.

CJ는 광주민주화항쟁을 다룬 '화려한 휴가', 왕이 된 광대가 백성 눈높이에서 정치를 펼치는 '광해: 왕이 된 남자' 등 소위 좌파 성향 영화를 제작했고 케이블 채널 tvN의 'SNL코리아'에서는 '여의도 텔레토비' 코너로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을 웃음거리로 삼았다. 사업 목적에서 벌인 일들이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고 대통령으로부터 이미경 부회장 퇴진 압박까지 받았다는 주장이다.

이후 CJ는 '명량', '국제시장', '인천상륙작전' 등 애국주의 영화를 잇달아 제작하고 '창조경제를 응원합니다'라는 광고도 내놨지만 이 부회장의 퇴진을 막지는 못했다. 이 부회장이 미국으로 물러난 이후 CJ의 문화사업은 최순실의 측근 차은택이 개입했다.

재계 관계자는 "눈앞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데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것이 가능하겠냐"며 "정권이 기업을 현금인출기 정도로 여기더라도 그에 거스르긴 어렵다"고 토로했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