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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영화 vs 영화] 한국 사회 향한 두 감독의 시선, '그물' vs '죽여주는 여자'

서로 다른 스타일로 영화를 만들어온 두 명의 감독이 사회성 짙은 영화 두 편을 동시에 선보인다. 오는 6일 개봉하는 '그물'(감독 김기덕)과 '죽여주는 여자'(감독 이재용)다. 남북문제, 그리고 노인과 소수자의 이야기를 다룬 이들 영화가 가을 극장가에서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관심이 모아진다.

영화 '그물'./NEW



◆ 국가라는 '그물'에 갇힌 개인

철우(류승범)는 고기잡이로 가족을 먹여 살리는 가장이다. 북한에서 살고 있는 그는 아내와 어린 딸을 생각하며 매일 같이 강에 나가 고기를 잡는다. 여느 때처럼 강에 나온 그는 배가 그물에 걸리면서 뜻하지 않게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쪽으로 오게 된다. 그곳에서 철우는 정보요원들을 만나 간첩으로 추궁을 받으며 힘든 시간을 보낸다.

최근 몇 년 동안 김기덕 감독은 한국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자신만의 화법으로 풀어내왔다. 자본주의의 폐해를 다룬 '피에타', 그리고 한국 사회 내부의 권력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일대일'이 그러했다. 지난해 만든 미개봉작 '스톱'에서는 일본 후쿠시마를 배경으로 원전과 방사능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기도 했다.

신작 '그물'에서 김기덕 감독은 다시금 남북문제로 시선을 돌린다. 그는 '풍산개' '붉은 가족' 등 자신이 제작한 영화를 통해 남북문제를 다룬 바 있다. 그러나 '그물'은 직접 연출까지 맡았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그만큼 남북문제에 대한 김기덕 감독의 생각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제목인 '그물'은 개인을 옭아매는 '국가'에 대한 은유다.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남한에 오게 된 철우는 한국이라는 국가 시스템 안에서 간첩으로 낙인찍히지 않기 위해 홀로 외로운 싸움을 벌인다. 간첩 사건으로 실적을 올리는데 혈안이 된 정보국 조사관(김영민)의 폭압적인 태도 앞에서 철우는 "가족에게 돌아가게 해달라"고 울부짖을 뿐이다. 물론 영화는 한국 사회만을 비판하지 않는다. 가까스로 북으로 돌아간 뒤에도 국보위의 조사를 받으며 의심 받는 철우의 모습을 통해 영화는 국가에 의해 억압 받는 개인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다소 과장된 설정 속에서 주제를 직설적으로 전한다. "자유로운데 왜 힘드냐" "돈이 없어서 사는 게 피곤하다" 등의 대사에서 영화가 전하려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극명하게 드러난다. 다만 그 방법이 직설적이다보니 영화가 다소 평면적으로 다가오는 느낌도 없지 않다.

영화 '죽여주는 여자'./CGV 아트하우스



◆ 노인의 性과 죽음을 직시하다

소영(윤여정)은 '박카스 할머니'다. 그녀는 한국전쟁 때 고아가 된 뒤 미군부대 근처에서 양공주로 기구한 삶을 살았다. 21세기인 지금도 탑골공원에서 박카스를 들고 노인을 상대하며 살아가고 있다. 가난하고 고된 삶이지만 마냥 힘들지는 않다. 트렌스젠더 티나(안아주), 장애를 가진 피규어 작가 도훈(윤계상), 그리고 엄마와 헤어진 코피노 소년 민호와 함께하기에 그 힘듦도 이겨낼 수 있다.

'죽여주는 여자'는 중의적인 제목이다. 표면적으로는 박카스 할머니인 소영의 '서비스'가 죽여준다는 뜻이다. 그러나 영화 후반부로 가면서 소영은 진짜로 사람을 '죽여주는' 여자가 돼간다. 뇌졸중에 시달리는 한 노인의 부탁을 들어준 뒤 소영은 삶을 쉽게 놓지 못하는 노인들을 대신해 죽음을 안겨주는 일을 시작한다. 그렇게 영화는 노인의 성과 죽음, 그리고 소수자의 이야기를 모두 스크린에 담아낸다.

설정만 놓고 보면 무척 파격적이다. 그러나 영화는 이와 달리 일상을 바라보듯 덤덤하다. 심지어는 따뜻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것은 영화가 한국 사회 속에서 외면 받고 있는 인물들과 공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탑골공원을 하릴없이 거니는 노인들의 모습, 낙원악기상가 인근의 허름한 종로의 풍경, 그리고 소영과 티나, 도훈, 민호가 함께 하는 이태원의 낡았지만 포근한 이층집까지 영화는 한국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풍경을 유심히 담는다. 노인, 성소수자, 장애인, 아이의 연대를 그린 점 또한 영화를 더욱 따뜻하게 만든다.

물론 '죽여주는 여자'가 마냥 따뜻한 영화인 것은 아니다. 그 따뜻함의 이면에는 한국 현대사의 아픔을 홀로 겪어온 노인의 인생이 있다. 영화는 소영을 통해 지금의 한국이 있기 위해 겪었던 희생, 그 중에서도 여성의 희생을 이야기한다. 남성들에게 끊임없는 핍박을 받으면서도 어떻게든 삶을 버텨온 소영이 영화 내내 보여주는 그 덤덤한 표정이 묘한 여운을 남긴다.

이재용 감독은 경제 협력 개발 기구(OECD) 국가 중 한국의 독거노인 빈곤률과 노인 자살률이 가장 높다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죽여주는 여자'를 기획하게 됐다. 영화는 끊임없이 문제로 거론되고 있지만 여전히 관심이 부족한 노인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직시한다. 사회 문제를 영화적으로 정직하게 풀어낸 연출이 긴 울림을 전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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