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가 토끼와의 경주에서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고 격차를 줄이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우선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보란듯이 토끼를 제치는 것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노력한다면 점점 거리가 줄어들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갖은 묘책을 써 토끼가 달리지 못하게 한 뒤 자기 페이스대로 가는 것도 방법이다. 반칙이긴 하지만 따라붙는 것은 가능하다. 우화에서 묘사한 것처럼 자만한 토끼가 낮잠을 자다 결국 거북이에게 지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물론 토끼가 낮잠을 자는 것은 거북이 의지와는 상관없다.
갑자기 웬 우화 타령이냐고 할 것 같다.
중소기업계 대표들이 자청해 2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현대·기아차 노조의 파업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간담회를 보면서 드는 생각 때문이다.
물론 경제나 정치나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는 현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받고 있는 현대·기아차 노조의 파업은 이해관계에 따라 눈살을 찌푸리게 할 수도 있다.
중소기업계의 생각은 이렇다. 현대·기아차의 파업으로 하청 관계에 있는 중소기업들이 피해를 입는다. 중소기업에 다니며 밥 벌어먹고 사는 근로자들만 1400만명, 딸린 식구까지 포함하면 3500만명은 족히 돼 현대·기아차 파업이 결국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대·기아차 근로자들이 고임금을 받고 있어 임금을 더 높이려는 파업을 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가뜩이나 벌어지고 있는 중소기업 근로자들과의 임금격차가 더 심해질 수 있고, 중소기업은 덩달아 올릴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지난 6월 중기중앙회가 강원도 평창에서 개최한 리더스포럼에선 대·중소기업간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 대기업 근로자들의 임금을 5년간 동결하자는 주장이 '아젠다' 수준으로 나왔다. 토끼는 달리지 못하게 하고, 거북이인 자신도 더 노력해 따라붙기를 포기한 것과 다르지 않다. 중소기업 대표들은 지난 6월, 그리고 28일 목소리를 높이면서 우리 회사는, 우리 중소기업은 어떻게 하겠다는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