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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필름리뷰-립반윙클의 신부] 진실도 진심도 사라진 세상…행복은 어디에?

영화 '립반윙클의 신부'./더쿱



영화 '립반윙클의 신부'는 우체통 옆에 서 있는 주인공 나나미(쿠로키 하나)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수많은 인파로 가득한 시부야 거리에서 나나미는 인터넷으로 소개 받은 남자를 기다리고 있다. 한때 사람과 사람 사이를 편지로 연결해줬던 우체통 옆에서스마트폰으로 낯선 사람과의 만남을 만들어가는 나나미의 모습이 아이러니하게 다가온다.

'립반윙클의 신부'는 '러브레터' '하나와 앨리스' 등으로 잘 알려진 이와이 슌지 감독이 일본에서 실사 영화로는 무려 12년 만에 연출한 작품이다. 그동안 이와이 슌지 감독이 영화 작업을 중단한 것은 아니었다. 캐나다에서 만든 '뱀파이어'와 애니메이션 '하나와 앨리스: 살인사건', 그리고 여러 편의 다큐멘터리 작품과 영화 제작 등으로 작업을 꾸준히 이어왔다.

영화 '립반윙클의 신부'./더쿱



그럼에도 이와이 슌지 감독이 일본에서 실사 영화를 연출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 것이 사실이다. 그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2011년 3월 11일에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였다. 이후 이와이 슌지 감독은 메가폰을 잠시 내려놓고 일본 사회에 보다 가까이 다가가 이를 바라봤다. 다큐멘터리 '3.11: 이와이 슌지와 친구들'이 그 결과물이었다. 2011년 말부터 구상을 시작했다는 '립반윙클의 신부' 또한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이와이 슌지 감독이 일본 사회를 바라보며 느낀 고민과 생각들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이다.

영화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플래닛'이 자신의 전부와도 같은 주인공 나나미가 겪는 이야기를 그린다. 임시 교사로 일하고 있는 나나미는 인터넷으로 알게 된 남자와 결혼을 하며 행복한 삶을 꿈꾼다. 그러나 결혼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하게 된 거짓말이 드러나면서 파혼을 당한다. 오갈 곳 없이 남겨진 나나미는 '플래닛'으로 알게 된 프로 서비스맨 아무로(아야노 고)를 통해 예상치 못한 삶을 살아간다.

영화 제목으로 쓰인 '립반윙클'은 미국의 작가 워싱턴 어빙이 쓴 단편 소설 '립 반 윙클'의 주인공에서 따온 이름이자 극중에서 아무로가 나나미에서 소개시켜주는 마시로(코코)의 온라인 닉네임이다. 소설 '립 반 윙클'은 잠에서 깨어나자 20년 뒤의 세상과 마주하게 된 한 남자의 기이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그래서일까. '립반윙클의 신부' 또한 나나미가 겪는 이야기를 기이한 분위기 속에서 쉼 없이 펼쳐나간다. 일상적인 분위기에서 출발하는 영화는 어느 순간 한편의 우화처럼 몽환적인 분위기를 띈다.

영화 '립반윙클의 신부'./더쿱



영화는 SNS를 비롯한 현대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담고 있다. 클릭 몇 번으로 물건을 살 수 있는 인터넷 쇼핑처럼 SNS를 통해 이뤄지는 가벼운 만남, 결혼식을 가득 채운 가짜 하객들, 누구 하나 사라져도 이상할 것 없을 것 없을 붐비는 도시, 그리고 부끄러움에도 남들 앞에서 헐벗으며 돈을 버는 AV 배우들의 이야기가 러닝타임을 빼곡히 채운다. 6K의 고화질 카메라, 그리고 자연광을 활용해 담아낸 영상은 이 낯선 이야기를 일상적이면서도 동시에 신비롭게 담아낸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나면 마치 '이상한 SNS 나라의 앨리스'를 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립반윙클의 신부'가 말하려는 주제는 명확하다. 진심과 진실이 사라진 현대 사회에서 행복의 의미는 무엇인지를 묻는 것이다. 영화 후반부 마시로는 나나미에게 "세상은 행복으로 가득하지만 행복에는 한계가 있다"며 "진심과 진실이 드러나면 그 행복이 무너지기 때문에 돈을 주고 그것을 산다"고 말한다. 이 복잡한 현대 사회에도 여전히 행복은 존재한다는 것, 이와이 슌지 감독은 '립반윙클의 신부'를 통해 누구나 알고 있지만 너무 쉽게 잊고 지내는 '진실'을 넌지시 이야기하고 있다. 15세 이상 관람가. 9월 28일 개봉.

영화 '립반윙클의 신부'./더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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