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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필름리뷰-아수라] 지옥 같은 세상, 체념할 수밖에 없는 남자

영화 '아수라'./CJ엔터테인먼트



'폭력적인 남성들의 세계'는 한국영화에서 유독 자주 등장하는 테마다. 한국영화의 명성을 세계적으로 알린 '올드보이', 스릴러 장르를 충무로의 트렌드로 자리 잡게 만든 '추격자', 그리고 사회 부조리에 대한 영화의 흥행 가능성을 증명해보인 '부당거래' 등이 그렇다. 여기에 '신세계'와 '내부자들' 같은 영화들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한국영화는 폭력성과 남성성에 대한 탐구를 계속해서 이어왔다.

영화 '아수라'(감독 김성수)도 이런 한국영화의 흐름과 맥을 같이 한다. '비트' '태양은 없다' '무사' 이후 김성수 감독과 배우 정우성의 15년 만의 재회, 그리고 황정민, 주지훈, 곽도원, 정만식 등의 캐스팅으로 제작 단계부터 일찌감치 화제작으로 떠오른 작품이다. 제목인 아수라는 불교에서 얼굴은 삼면이고 손은 여섯 개로 싸움과 시비 걸기를 좋아하는 '싸움의 신' 을 가리킨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영화는 느와르 장르를 차용해 희망 없는 현실 속 인간 군상들의 지옥도를 그린다.

영화 '아수라'./CJ엔터테인먼트



지옥도가 펼쳐지는 곳은 영화 속 가상의 도시 안남시다. 이곳은 절대악(惡)이 지배한다. 재개발에 혈안인 악덕 시장 박성배(황정민)가 법의 눈길을 피해 온갖 범죄를 저지르는 곳이기 때문이다. 강력반 형사 한도경(정우성)이 박성배의 악행을 돕는다. 한도경은 안남시에서는 정의보다 박성배가 위에 있다고 믿는 인물다. 무엇보다도 그에게는 박성배가 주는 돈이 필요하다. 말기 암환자인 아내의 병원비를 위해서다.

"인간들이 싫어요." 영화는 한도경의 내레이션으로 막을 연다. 이 냉정한 한 마디에서 '아수라'가 그려낼 지옥도가 얼마나 참혹할지를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영화에는 악인들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박성배를 검거하기 위해 한도경을 이용하는 검사 김차인(곽도원)과 검찰수사관 도창학(정만식)은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폭력도 마다하지 않는다. 한도경이 친동생처럼 챙기던 후배 형사 문선모(주지훈) 또한 박성배의 수하가 되면서 점차 악에 물든다.선한 사람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야말로 지옥 그 자체다.

영화 '아수라'./CJ엔터테인먼트



김성수 감독은 제작보고회에서 "사악한 사람이 절대 권력을 쥐고 그 자를 응징할 정의도 악에 물든다면 힘없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악인이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한 "남자들은 중년이 되면 더 이상 내 꿈에 다가갈 수 없다는 걸 느낀다. 그래서 어떻게든 생존하려는 현실을 악이 난무하는 세계라고 영화적으로 설정했다"고도 했다. 그런 김성수 감독의 말을 빌린다면 '아수라' 속 지옥 같은 안남시는 더 이상 꿈을 이룰 수 없는 중년 남성들의 현실이 반영된 세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지옥을 보여주기 위해 폭력은 피할 수 없는 요소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영화는 왜 세상이 '지옥'인 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저 '현실=지옥=폭력'이라는 단순한 구도 아래 폭력을 전시하기에 급급하다. 영화가 그리는 지옥도가 작위적인 느낌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아수라'가 그리는 폭력은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들 중 가장 높은 수위를 자랑한다. 그러나 그 이유가 와 닿지 않다 보니 피로함이 느껴지다. 영화 후반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된 풍경을 부감숏으로 바라보는 장면도 보는 이에 따라서는 불편할 수 있다.

"계속 이렇게 지옥에서 살 거예요?" 일련의 사건 속에서 궁지에 몰린 한도경에게 김차인은 이렇게 말한다. 영화 말미에 이르러서야 한도경은 "이렇게 될 줄 알았어요. 알면서도 어쩔 수가 없네요"라고 체념한다. '아수라'는 폭력적인 남성들의 세계에서 체념 밖에 할 수 없는 남성을 동정과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지옥은 누가 만든 것인가. 이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 '아수라'에게 동정과 연민을 느끼는 것은 쉽지 않다. 청소년 관람불가. 9월 28일 개봉.

영화 '아수라'./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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