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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여행/레져

[住섬住섬 好時땅땅] <2>가기도 벅찬 '가거도' 두번째

가거도 초입에 서 있는 가거도항 표지석. 항구 인근인 1구(대리)에 민박집이 밀집돼 있다. /김승호



가거도 두번째 이야기를 시작한다.

하루에 배가 한 차례 밖에 닿지 않는 가거도에서 1박은 필수다.

민박을 할까, 캠핑을 할까. 선택은 자유다.

가거도에는 선착장과 맞닿아 있는 1구(대리)에 민박집이 몰려있다. 가거도내 민박집 대부분은 여름 성수기에도 1박에 5만원을 넘지 않는다. 시설에 따라 다소 비싸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육지와 먼 외딴 섬에서 하룻밤을 보내기엔 나쁘지 않은 금액이다.

1구에는 민박집이 많다보니 식당이나 식료품 가게를 이용하기가 편리하다. 특히 목포 등에서 먹거리를 바리바리 싸가서 음식을 직접 해 먹는 것이 아니라면 1구가 제격이다.

가거도항 바로 옆에 있는 기둥바위와 돛단바위, 남문바위의 풍광도 좋다. 걸어서 5분 거리에는 검은 조약돌이 펼쳐져 있는 동개해수욕장이 있다. 동개해수욕장은 백패커들의 활동 무대이기도 하다. 조약돌에 파도가 부딪치는 소리는 세상의 모든 소음을 감추기에 충분하다.

가거도에는 백패킹을 하려는 사람들도 많다. 해수욕장, 폐교 등이 백패킹 장소로 이용된다./김승호



원래 조약돌로 이뤄진 해변은 지금의 가거도항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하지만 가거도항 방파제 공사가 시작되면서 조약돌 해변의 3분의2 가량이 사라졌고 지금은 동개해수욕장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가거도항이 위치한 1구는 예부터 태풍이 불면 파도가 거세기로 유명했다. 일제시대때도 이같은 약점 때문에 토목전문가들이 이곳에 항구를 세우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단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조약돌 해변을 없애면서까지 방파제 확장공사가 시작됐고, 그 덕에 태풍이 불 때마다 방파제는 파도에 견디지 못하고 떨어져나가기를 반복했다. 1979년에 시작한 공사가 30년만인 2008년 끝난 것도 모두 태풍 때문이다. 이후에도 태풍이 불때마다 방파제는 뜯겨나갔고, 그때마다 보수공사를 해야 했다. 2016년 현재 가거도는 '공사중'이다.

가거도의 한 주민은 "원래 1구는 항구 자리로 맞지 않는다. 주민들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보존해야 할 조약돌 해변을 없애고, 수년째 방파제 보수공사를 하는 것으로 (잘못 결정한)댓가를 치루고 있는 셈"이라고 전했다. 인간의 오판이 후대에게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를 대한민국 최서남단의 섬에서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국내 항만공사 역사상 최장시간 기록을 세운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언덕에서 바라본 가거도 1구(대리)마을과 항구 전경. 왼쪽이 동개해수욕장이다./김승호



향리마을로도 불리는 2구는 1구에서 걸어서 1시간 반 정도를 가야 한다. 물론 풍경을 구경하면서 천천히 가면 2시간은 족히 걸린다. 차로는 약 15분 정도 거리다. 1구에서 2구로 넘어가는 길목에는 일명 '할딱고개'가 버티고 있다. 샛개재로 불리는 언덕이다.

그러고보니 이 고갯마루에도 민박집이 하나 있다. 가거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민박집이다. 이름은 기억이 나질 않지만 길가던 우리 일행에게 약초를 다린 시원한 물과 수박 몇 조각을 기꺼이 내주신 마음씨 좋은 아주머니가 운영하는 민박집이다. 샛개재는 두 갈래로 갈라지는데 오른쪽으로 가면 가거도에서 가장 높은 독실산이, 왼쪽으로 가면 2구인 향리마을이 나온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섬등반도./김승호



2구는 가거도에서 가장 풍광이 뛰어난 곳이다.

바다를 향해 뻗은 웅장한 바위로 이뤄진 섬등반도 때문이다. 섬등반도는 1박2일(2010년 1월7일 268회)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섬등반도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입구에 있고, 섬등반도에 진입해도 나무 계단으로 곳곳을 눈으로 즐길 수 있다. 섬등반도를 바라보고 왼쪽 아래로는 역시 조약돌로 돼 있는 조그만 해수욕장이 있다. 해수욕장은 가파른 나무계단을 따라 한참을 내려가야 만날 수 있다. 마치 이곳에 얽힌 신화라도 하나 있을 것 같은 그런 웅장한 풍경이다. 해수욕장 옆에는 조그만 방파제도 있다. 예전에는 태풍이 불면 섬등반도를 사이에 두고 배들이 왔다 갔다하며 높은 파도를 피해다녔다고 한다.

2구는 풍경이 좋은 대신 민박집이 서너곳 밖에 없어 성수기엔 방을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어렵다. 하긴 먼 바다에 있는 가거도에는 밤이면 하늘에서 별이 쏟아질 듯 하니 별 따기는 다른 곳보다 쉬울지도 모를 일이다.

2구에 있는 민박집 중 한 곳인 섬누리민박은 가거도를 한번쯤 방문했던 사람들에게는 익히 잘 알려진 곳이다. 주인장 부부는 인간극장에 출연한 유명인사다. 이 민박집에선 1박2일 스탭들이 머물기도 했다. 무엇보다 섬누리민박은 황해를 향해 있는 섬등반도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에 있어 장소가 쥑~인다. 민박집 창문 너머론 서해 바라로 쏙 빠지는 노을도 감상할 수 있으니 이만한 곳을 또 참기 쉽지 않을게다.

가거도 2구(향리마을)에 있는 송년우체통. 1년 내내 쌓인 편지를 12월 초중순께 우체부가 직접 수거해 간 뒤 연말에 원하는 사람의 집으로 편지를 배달한다./김승호



먹을 것이 준비되질 않았으면 아무리 빈방이 많아도 민박 손님을 받지 않는 고집스런 사람들이 그곳을 지키고 있다.

2구에는 어른 키높이보다 큰 송년우체통이 있다. 물론 엽서 등 우편물을 넣으면 실제 배달이 되는 우체통이다. 단 1년에 한 번씩만 수거해간다. 송년우체통이란 이름에 걸맞게 한 해를 보내는 연말에 딱 한 차례만 우체부가 수거해 새해가 되기전에 가족에게, 연인에게, 친구에게 전달된다.

2구에는 또 운동장 흔적만이 남겨진 폐교터가 있다. 아직도 형태가 있는 소년·소녀상만 여기가 학교였다는 것을 말해준다. 2구 폐교터는 백패커들이 애용하는 곳이다. 다만 화장실, 가게 등 편의시설이 전혀 없어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하늘의 별과 바다와 파도소리와 바람과 풀벌레 소리를 느끼며 하루를 머물기엔 가거도에서 이만한 장소가 없다.

2구에 있는 폐교, 전망대는 백패커들이 하루를 머무는 장소로 사용되기도 한다. 기자도 가져간 소형 텐트를 전망대 위에 펼쳤다. /김승호



가거도에는 총 7개의 탐방길이 있다. 가거도에 있는 독실산 탐방로의 시작길인 1구간(하늘을 여는 길)은 달뜰목에서 시작해 2개의 벙커를 지나 샛개재가 종점이다. 약 3㎞의 거리로 걸어선 약 1시간30분이 걸린다. 2구간은 샛개재에서 회룡산→1구마을 구간으로 용왕의 아들과 선녀의 사랑에 대한 전설을 만날 수 있는 코스다. 그래서 2구간 이름은 '선녀의 눈물을 보다'이다. 1.2㎞로 약 35분이 소요된다. 3구간은 독실산 정상으로 가는 길이다. 약 1시간 30분이 걸린다. 4구간은 독실산에서 시작해 가거도 등대를 잇는 길이다. 가거도에서 원시림과 다양한 생태자원을 볼 수 있는 친환경코스다. 가거도 등대에 닿으면 다양한 해조류가 번식하고 있어 천연기념물 제341호로 지정된 구글도가 건너편으로 보인다.

2구에 있는 자갈해수욕장 전경. 송년 우체통 옆에 있는 계단을 한참 내려가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김승호



5구간은 가거도(백년)등대와 3구마을, 그리고 독실산 입구와 만나는 삼거리 사이에 있다. 길이는 약 4㎞ 정도로 가장 길다. 길 대부분에서 바다를 보며 걸을 수 있다. 6구간은 7개 코스 중 가장 험하다. 사람에 따라 힘에 부칠 수 있다. 가거도등데와 2구마을을 오가는 6구간은 언덕배기 곳곳에 소, 염소 등이 보인다. 우리나라의 가장 서남쪽에서 풀을 뜯어먹는 아이들이다. 7구간은 2구마을과 독실산을 오가는 길로 해질 무렵이면 최고의 절경을 선사한다. 여름철에는 풀이 우거져 주민들이 관광객을 위해 길을 내주지 않으면 오가기 쉽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639m로 우리나라 섬 가운데 세번째로 높은 독실산이 가거도에 있다. /김승호



우리나라 섬 가운데 세번째 높은 산은 가거도에 있다. 639m인 독실산이다. 제주도 한라산(1950m), 울릉도 성인봉(984m) 다음이다. 물론 신안군에 있는 1004개 섬 중에서도 가장 높은 산이다. 독실산을 올라가는 가장 빠른 방법은 섬 주민들의 차량을 이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돈을 5만~6만원이나 내야 한다. 차도를 걸어서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거도의 다양한 풍경을 느끼면서 천천히 오르기엔 제격이다. 또다른 방법은 다양한 탐방길을 따라 올라가는 것이다. 가거도의 자연을 제대로 느끼기엔 탐방로가 가장 좋다.

하지만 막상 정상을 올라가 서해바다의 탁 트인 풍광을 상상했다면 오산이다. 독실산 정상에는 '독실산'이라고 쓰인 표지석만이 정상을 말해줄 뿐 나무가 시야를 가려 바다를 보기는 쉽지 않다.

또 해경의 레이더기지도 정상에 바로 붙어 있어 우리나라 섬 가운데 세번째로 높은 산에 올라갔다는 정도의 만족감만 갖고 내려오는 수 밖에 없다.

멀기도 먼, 가기도 벅찬 가거도. 인생에서 가볼 수 있는 섬이 몇 곳 되지 않는 것이 우리네 현실이라면 그 섬 가운데 가거도는 '섬 여행의 버킷 리스트'에 포함시켜도 실망하지 않을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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