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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화종합

[박소정의 메트로밖 예술세계로] (31)대한민국 가장이여 화이팅!…을지로3가역, 최태훈의 아틀라스

을지로3가역 최태훈의 아틀라스 /류주항



2호선 을지로3가역 12번 출구, 파인애비뉴 빌딩 주변으로 연초록의 잔디가 잘 관리된 공개 공지가 조성되어 누구나 쉬어갈 수 있는 쉼터를 제공해주고 있는 이곳에 이번 편에 소개할 작품이 있다. 최태훈 작가의 '아틀라스(Atlas)' 이다. 이 작품은 사대문 안에서 광화문 흥국생명 앞 22m 해머링맨과 겨룰 수 있는 거인이다. 18m의 키에 발바닥만 2m가 넘는다.아틀라스는 그 크기로 인해 경기도 이천 공장에서 새벽 시간 캄보이의 호송을 받으며 차량을 막고 을지로까지 이동해왔다. 광화문 세종대왕상을 만든 이력이 있었던 공장의 노하우로 운송이 가능했다고 했다.

을지로3가역 최태훈의 아틀라스 /류주항



작품은 단순히 크기만 한 게 아니다. 잘 다듬어진 근육과 골격의 육체미가 돋보인다. 오른쪽 다리를 뒤로 빼 무게 중심을 뒷다리에 두고 있어 S자 라인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하늘을 향해 쭉 뻗은 양팔, 그에 맞추어 뒤로 젖힌 머리와 허리·등에서는 신체를 가장 아름답게 표현한다는 콘트라포스토(Contraposto)의 구도가 잘 반영되어있다.

을지로3가역 최태훈의 아틀라스 /류주항



이 작품은 스테인레스스틸에 강한 공기 압력으로 철을 갈아내고 구멍을 뚫고 용접 하는 프라즈마기법으로 8개월에 거쳐 제작됐다. 프라즈마 기법은 철의 진화와 확장에 대한 연구로 새로운 세상을 향한 작가의 도전이 만들어낸 독창적인 기법이다. 작가는 25년간 철을 다뤄왔다.

을지로3가역 최태훈의 아틀라스 /류주항



작품의 모티브는 하늘을 받치고 있는 신화적인 영웅 아틀라스다.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인체 형상을 통해 인간 본성의 영웅적 자질을 시각화했다. 인간이 자연의 일부로서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존재임을 표현했다. 자연과 우주에 대한 경외심과 인간에 대한 진지한 자세를 담은 작품이라고 평가되는 이유다.

을지로3가역 최태훈의 아틀라스 /류주항



작품 앞 새겨진 설명처럼 아틀라스는 그리스신화에서 천계를 어지럽힌 죄로 최고신 제우스에게 하늘을 두 어깨로 떠받치는 벌을 받은 거인신이다. 널리 알려진 때문인지 이미 아틀라스를 모티브로 한 작품은 많다. 최태훈 작가의 아틀라스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았다는 점에서 앞선 다른 작품들과 구별된다.

을지로3가역 최태훈의 아틀라스 /류주항



뉴욕 록펠러센터앞 아틀라스 동상을 포함, 앞선 예술가들이 조각해 온 아틀라스는 하늘을 짊어진 신의 모습이 강인하면서도 동시에 엄중한 형벌의 무게가 잔혹해보인다. 최태훈의 아틀라스는 조금 다르다. 두 어깨로 하늘을 짊어지는 대신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높게 들고 있는데 그 위에 작은 지구본이 있다. 작가는 "궁극적으로 모든 인류가 하나이며 모든 이들의 행복과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작품 앞을 지나가는 바쁜 현대인들이 힘과 용기, 희망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을지로3가역 최태훈의 아틀라스 /류주항



대한민국의 가장들은 완벽한 아버지와 남편의 역할을 모두 어깨에 짊어진 까닭에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하다. '아틀라스 증후군'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마침 아틀라스 거인 뒷편으로는 을지로 골뱅이 원조 골목이 자리한다. 인근 직장인들의 소규모 회식 장소로, 더운 여름 퇴근 후 시원한 맥주 한잔 청하기 위해 찾은 아빠들의 소탈한 술자리 장소로 인기가 좋아 북적북적하다. 작품과 딱 들어맞는 궁합이다.

을지로3가역 최태훈의 아틀라스 /류주항



다만 작품의 내부에 설치된 LED가 꺼져 있을 때가 많아 아쉽다. 프라즈마 기법이 만들어낸 철판의 수많은 구멍들 사이로 빛이 새어나오는 장관을 귀가길 아빠들이 본다면 더 힘을 낼 듯하다. 작가는 이달 30일 청담동 '스페이스칸'에서 개인전을 열 예정이다. 그의 또 다른 작품을 보고 싶다면 찾아보길 권한다.

을지로3가역 최태훈의 아틀라스 /류주항



*콘트라포스토(Contraposto) : 두산백과에 따르면 이탈리아어로 '정반대의 것'이라는 의미다. 미술에서는 '대칭적 조화'를 의미한다. 한쪽 발에 무게중심을 두고 다른 쪽 발의 무릎은 자연스럽게 약간 구부려서 전체적으로 완만한 S자 모양이며, 얼굴·가슴·대퇴부 등 신체 각 부위의 정면이 조금씩 틀어져 있는 자세이다. 이 구도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인물상을 조각할 때 두 다리에 몸무게가 똑같이 실리는 정적인 정면 자세에 대한 대안으로 고안하였으며, 이로써 인물 조각의 표현이 훨씬 자유로워졌다.

박소정 객원기자



글:큐레이터 박소정 (info@trinityseoul.com)

사진:사진작가 류주항 (www.mattry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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