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 상장은)무기한 연기가 아니고 연말 정도까지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국회에서 국민과 약속한 사안인 만큼 꼭 상장하겠다."
지난 6월 14일(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열린 롯데케미칼 에틸렌 공장 기공식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호텔롯데의 연내 상장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증권가는 경영권 분쟁과 면세점 입점 비리, 비자금 조성 의혹에 따른 검찰 수사로 호텔롯데의 상장이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본다.
25일 증권업계는 호텔롯데의 상장이 안갯속에 빠졌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비자금 조성이나 횡령·배임 등의 혐의가 입증돼 호텔롯데가 회계처리 기준 위반으로 검찰이 고발하면 3년 동안 상장예비심사 신청 자격이 박탈된다.
설사 처벌만은 면한다 하더라도 한국거래소 측에서 투자자 보호를 내세워 심사 절차를 까다롭게 하거나 상장을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
재심사를 통과한다해도 불확실성을 꺼리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평가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호텔롯데의 연내 상장은 힘들어 보인다는게 대체적인 의견이다"면서 "재상장을 추진하더라도 시장과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호텔롯데의 상장이 암초를 만나면서 지배구조 개편 등을 추진 중인 신동빈 회장의 꿈도 제동이 걸린 상태다.
호텔롯데는 롯데쇼핑(지분율 8.83%), 롯데알미늄(12.99%), 롯데리아(18.77%) 등의 주요 주주로, 사실상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호텔롯데 상장은 신 회장에게 세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효과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국내 우호세력을 확보할 수 있고, 경영권 분쟁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다. 특히 현재 90%가 넘는 일본 측 지분율을 크게 낮춤으로써 롯데가 한국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었다.
롯데 입장에서 상장의 또 다른 이점은 막대한 자금을 모아 그룹의 핵심 부문인 호텔·면세업의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양형모 연구원은 "호텔롯데는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으로 인수합병(M&A), 순환출자 고리 해소에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또한 확보한 자금 일부는 면세점 M&A 자금으로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L투자회사 등 일본계 호텔롯데 주주들은 상장으로 최대 1조6000억원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룹 측은 "호텔롯데 상장은 일본 주주의 지분율을 낮추고 주주 구성을 다양화하는 등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 사안이므로 향후 방안에 대해 주관사 및 감독기관과 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