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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필름리뷰-태풍이 지나가고] 되고 싶었던 어른이 되지 못한 이를 위해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티캐스트



'내 인생은 어디서부터 이렇게 꼬인 건지.'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주인공 료타(아베 히로시)는 늦은 밤 집으로 돌아와 포스트잇에 이런 글을 쓴다. 살면서 한번쯤은 료타와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다. 자신의 삶이 원했던 방향과는 다른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을 말이다. 되고 싶었던 어른이 되지 못했다는 사실과 함께.

료타 역시 처음부터 이런 삶을 원한 것은 아니었다. 그도 한때는 문학상을 수상하며 주목 받는 소설가였다. 그러나 지금은 취재를 핑계로 흥신소에서 사립탐정으로 일하며 하루하루를 근근이 살아갈 뿐이다. 꼬일 대로 꼬인 인생 때문에 단란했던 가정도 깨져버렸다. 하나뿐인 아들 싱고(요시자와 타이요)를 만나기 위해서는 양육비를 구해야 하지만 끊지 못한 도박이 매번 그의 발목을 붙잡는다.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티캐스트



영화의 진짜 이야기는 료타와 이혼한 아내 쿄코(마키 요코), 아들 싱고가 료타의 어머니 요시코(키키 키린)의 집에서 하루를 함께 보내면서 벌어진다. 태풍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함께 지내게 된 이들은 처음에는 서로를 경계한다. 그러나 그동안 하지 못한 이야기를 하나 둘 나누면서 잠시나마 마음의 벽을 허문다. 물론 꼬인 인생이 태풍과 함께 하루만에 사라질 리 만무하다. 다만 앞으로의 인생을 조금 더 단단하게 살아갈 수 있겠다는 아주 약간의 희망이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서 살며시 남아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는 가족과 인생, 그리고 죽음이라는 테마를 줄곧 다뤄왔다. '태풍이 지나가고' 또한 그 연장선에 있다. 영화가 전작들보다 조금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면 그것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자전적인 부분이 영화에 많이 반영됐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내 안에서 일어난 변화를 포함해 나의 현재를 가장 많이 반영한 작품"이라고 소개한다. 아홉 살 때부터 19년 동안을 살았던 도쿄 기요세 시의 아사히가오카 연립아파트단지에서 로케이션으로 영화를 촬영한 것에서도 그런 감독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티캐스트



일상의 한 순간을 그린 만큼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잔잔하다. 그러나 그 속에서 인생을 돌아보게 만드는 크고 작은 통찰의 순간이 있다. 특히 키키 키린이 연기하는 요시코의 대사가 인상적이다. "행복이라는 건 무언가를 포기하지 않으면 손에 받을 수 없는 거란다"라는 어쩌면 빤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마음에 깊은 여운을 남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아베 히로시의 만남도 성공적이다. 감독의 영화 중 가장 '찌질한' 남자인 료타는 아베 히로시의 정감 가는 연기와 이를 따뜻하게 담아내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연출 속에서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로 다가온다. 영화 '걸어도 걸어도'와 드라마 '고잉 마이 홈'을 묶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아베 히로시의 '가족 3부작'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어쩌면 인생이란 자신이 바라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 게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을 깨닫는다고 해도 인생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다만 그 사실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아주 조금 성장한다. '태풍이 지나가고'의 원제인 '바다보다도 더 깊이'는 영화에도 등장하는 등려군의 노래 '이별의 예감'에서 따온 제목이다. 영화는 요시코의 입을 빌려 "누군가를 바다보다도 더 깊이 사랑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태풍이 지나가고'는 되고 싶었던 어른이 되지 못한 우리 모두에게 작은 위로의 손길을 내민다. 12세 이상 관람가. 7월 27일 개봉.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티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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