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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정의 메트로 밖 예술세계로] (24) 당신도 혹시 동굴 속 죄수가 아닌가요…4호선 혜화역, 김영원의 '그림자의 그림자'

최종수정 : 2016-06-08 16:00:48

4호선 혜화역 인근 홍익대 대학로캠퍼스 앞 김영원의 그림자의 그림자 사진 류주항
▲ 4호선 혜화역 인근 홍익대 대학로캠퍼스 앞 김영원의 '그림자의 그림자' <사진=류주항>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인 플라톤은 우리 인간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실체가 아닌 그림자일 뿐이라고 말했다. 4호선 혜화역 인근 홍익대 대학로캠퍼스 앞 김영원 작가의 '그림자의 그림자(홀로서다)'는 플라톤의 이 말을 조각을 통해 보여준다.

4호선 혜화역 인근 홍익대 대학로캠퍼스 앞 김영원의 그림자의 그림자 사진 류주항
▲ 4호선 혜화역 인근 홍익대 대학로캠퍼스 앞 김영원의 '그림자의 그림자' <사진=류주항>

플라톤은 '국가론'에서 그림자 세상을 '동굴의 비유'로 설명했다. 동굴에는 죄수들이 쇠사슬에 묶여 있다. 다리는 물론이고 목까지 사슬에 묶여 있어 고개조차 돌릴 수 없다. 오직 정면만을 볼 수 있다. 죄수들 뒤편에서 횃불이 타오른다. 캄캄한 동굴을 비추는 유일한 빛이다. 사람들이 불 앞을 지나다니면 그림자가 동굴벽에 드리운다. 죄수들이 바라보는 그 벽이다. 죄수들은 어릴적부터 동굴에 갇혀 있었다. 그래서 동굴벽에 비친 그림자를 실제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동굴 속 죄수들은 바로 우리들이다. 영국의 철학자인 프란시스 베이컨은 이같은 인간 인식의 한계를 '동굴의 우상'이라고 했다.

4호선 혜화역 인근 홍익대 대학로캠퍼스 앞 김영원의 그림자의 그림자 사진 류주항
▲ 4호선 혜화역 인근 홍익대 대학로캠퍼스 앞 김영원의 '그림자의 그림자' <사진=류주항>

작가는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동굴의 우상'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그가 선택한 것은 8m 높이의 거대한 인체조형물이다. 광화문광장의 세종대왕상을 만든 인체조각의 대가다운 선택이다. 인체조형물은 브론즈이지만 순백의 색상을 띠고 있다. 형태는 전통적인 인간 형상 범주에서 벗어나 해체되고 재조합돼 있다. 어느 쪽은 평면으로 어느 쪽은 입체로 표현하는가 하면 각 부분이 결합하는 각도도 미묘하기 짝이 없다. 이같은 특징들은 신비한 효과를 나타낸다. 바라보는 지점에 다라 전혀 다른 형상의 인간을 만나는 것이다.

4호선 혜화역 인근 홍익대 대학로캠퍼스 앞 김영원의 그림자의 그림자 사진 류주항
▲ 4호선 혜화역 인근 홍익대 대학로캠퍼스 앞 김영원의 '그림자의 그림자' <사진=류주항>

어느 방향에서 보면 신체 절반만이 남아 한 다리로 서 있는 인간의 뒷모습이다. 다른 방향에서 보면 매끈한 평면에 엉덩이가 툭 튀어나온 인간의 모습이다. 또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면 두 형상이 기묘하게 결합된 모습이다. 바라보는 작품의 모든 면이 정면이면서 다른 모양이다. 한 곳에만 서서 바라보는 관람자는 동굴 속에서 쇠사슬에 묶여 한쪽 방향만을 바라봐야하는 죄수나 다름없다.

4호선 혜화역 인근 홍익대 대학로캠퍼스 앞 김영원의 그림자의 그림자 사진 류주항
▲ 4호선 혜화역 인근 홍익대 대학로캠퍼스 앞 김영원의 '그림자의 그림자' <사진=류주항>

자리를 계속 옮겨 바라보면 가장 익숙해야할 인간의 모습이 낯설게만 느껴진다. 어느 쪽이 실체인지, 어느 쪽이 허상인지 알 수 없게 된다. 질서와 혼돈이 뒤섞이고, 시간과 공간마저 명확하지 않은 느낌이다. 마치 플라톤의 동굴에서 한 방향만을 바라보던 죄수들이 고개를 돌리게 됐을 때 느끼는 혼란과 같다. 죄수들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는 세상 역시 모두 실체의 그림자들에 불과하듯이 인체조각의 각기 다른 형상 역시 실체와는 거리가 멀다. 작품에 '그림자의 그림자'라는 이름이 붙은 까닭이다.

4호선 혜화역 인근 홍익대 대학로캠퍼스 앞 김영원의 그림자의 그림자 사진 류주항
▲ 4호선 혜화역 인근 홍익대 대학로캠퍼스 앞 김영원의 '그림자의 그림자' <사진=류주항>

작가는 "이 시대는 급속한 변화와 가치관의 혼란, 인간성의 훼손과 파괴, 소외와 불안 등 인간에 대한 부정적 요소가 독버섯처럼 퍼져 있다. 끝없는 물질문명의 추구가 비인간화의 극점을 향해 치닫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러한 때에 예술이란 과연 무엇일까 하고 오래도록 고민해 왔다"고 말했다. 고민의 결과 그는 질서와 혼돈, 시간과 공간, 단위와 존재, 의식과 무의식의 세계를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결론내렸다. 이 때문에 그의 작품세계는 때로는 행위로, 설치로, 입체로, 평면으로 다양하게 전개된다. 그는 "이를 통해 어떠한 선입견이나 편견이나 갈등으로부터도 해방되어 자기와 화해할 뿐 아니라 자기 밖의 모든 것과 화합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고 했다.

박소정 객원기자
▲ 박소정 객원기자

글 : 큐레이터 박소정 (info@trinityseoul.com)

사진 : 사진작가 류주항 (www.mattry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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