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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태의 향기편편5] 노년을 즐겁게 해주는 '마음의 경주로'



"늘 이런 공부와 연구를 하면 살아가는 사람은 언제 노년이 슬그머니 다가오는지 알아차리지도 못하기 때문이네. 이처럼 인생은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노년으로 넘어가며, 갑자기 꺼져버리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을 두고 꺼져간다네."

고대 로마의 공화정을 수호하려고 최후까지 노력하다가 정적 안토니우스에게 피살당한 변호사이자 철학자 마르쿠스 키케로의 작품 (Cato Major de Senectute)에 들어 있는 한 대목이다. 키케로가 기원전 44년경에 쓴 이 작품은 30대 나이의 젊은이 스키피오와 라일리우스가 84세의 원로정치인 대카토와 대화하면서 노년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탐구한다. 이 작품에서 카토는 노년의 삶이 비참하다는 주장에 반대하면서 '다른 종류의 노년'이 있다고 강조한다. 즉 "조용하고 순수하고 우아하게 보낸 인생의 평온하고 부드러운 노년"을 말한다.

사람들이 노년을 싫어하는 이유가 몇가지 있다. 활동할 수 없고, 기억력이 떨어지며, 허약해진다. 감각적 쾌락도 잃는다. 이 모든 것은 사실이지만, 대신 더 좋은 점이 많다. 젊은 시절의 가장 위험한 약점이라 할 수 있는 감각적 쾌락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준다. 쾌락은 플라톤의 말처럼 '죄악의 미끼'이다. 그러므로 그런 '쾌락의 사슬'로부터 풀려나는 것은 세월이 인간에게 주는 멋진 선물이다. 체력이 약해지는 것이 문제이기는 하지만, 노년에는 체력을 요구하는 일이 별로 없다. 자신의 힘에 맞게 쓰면 되는 것이다. 다만 노년의 약점을 근면으로 보충할 필요는 있다. 적당한 운동을 해야 하고 음식물도 적당하게 섭취해야 한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몸만 돌볼 것이 아니라 마음과 정신을 더 돌봐야 한다고 카토는 강조한다. 그렇게 된다면 노년은 오히려 존경스러운 것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존경스런 노년이 되려면 지적훈련을 꾸준히 해야 한다. '밀론의 체력'보다는 '피타고라스의 정신력'이 더 중요한 것이다. 카토는 친구들에게 법률에 관해 조언하고, 원로원에 등원해 안건을 발의하고 의견도 제시한다. 이런 활동들이 즐거움이라고 카토는 말한다.

"나는 고대의 모든 기록들을 수집하고, 유명한 소송 사건에서 내가 변호사로서 행한 모든 연설들을 이제서 손질하고 있다네. 복점관법과 사제법과 시민법을 조사하고, 그리스 문학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네. 그리고 기억력을 훈련시키기 위해 피타고라스 학파의 방식에 따라 낮에 말하고 듣고 행한 모든 것을 저녁에는 마음 속에 떠올려본다네. 이것이 나의 지적훈련(exercitationes ingeni)이고, 마음의 경주로(curricula mentis)라네."

이처럼 늙어가는 줄도 모르고' 마음의 경주로'를 달린 사람은 카토 뿐만이 아니다. 인류역사를 빛낸 많은 인물들이 노년에도 활발하게 연구하고 창작했다. 키케로의 이 작품에서도 그런 인물들의 예가 제시된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81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저술활동을 했고, 이소크라테스는 94세에 '판아테나이코스'라는 책을 썼다. 비극작가 소포클레스는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작품을 썼다. 이밖에 호메로스, 헤시오도스, 피타고라스, 데모크리토스, 디오게네스 등 많은 작가와 철학자들도 학구열을 평생 잃지 않았다. 소크라테스는 노년이 되어 현악기를 열심히 배웠다. 아테네의 입법자 솔론도 "나는 끊임없이 배우면서?늙어간다"고 했다. 그렇게 연구와 학문을 통해 지적인 영양분을 섭취할 수만 있다면 한가한 노년보다 더 즐거운 것은 없다. 각종 놀이와 호색적 쾌락과는 비할 바 없이 큰 즐거움이다. 그런 학구열은 현명하고 잘 훈련된 사람의 경우에는 나이와 더불어 자라난다. 요컨대 노년을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은 학문과 미덕을 실천하는 것이다.

"미덕이란 인생의 모든 시기를 통해 그것을 잘 가꾸게 되면 오랜 세월을 산 후에 놀라운 결실을 가져다준다네. 왜냐하면 미덕은 생의 마지막 순간에도 결코 우리를 저버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이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라네), 훌륭하게 살았다는 의식과 훌륭한 일을 많이 행했다는 기억은 가장 즐거운 것이 되기 때문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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