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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의 인문학산책]응시(凝視)



"바위를 그릴 때 처음에는 그저 고정된 형태의 딱딱한 물체야. 그런데 계속 응시하고 한참 그리다보면, 그 바위가 점점 부드러워지고 여러 가지 모양으로 자신을 변모시켜 가거든." 화백 박재동과 난데없이 중력과 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리의 화제는 저절로 자연과 인간에 대한 쪽으로 옮겨갔다. 암석 같은 무생물도 인간과 인연을 맺으면 어느새 생물체처럼 지금과는 전혀 다른 기운과 움직임, 그리고 표정을 갖게 된다는 그의 깨달음에 나 역시 크게 동의를 표했다. 세상의 만물은 우리의 마음과 서로 통하는 순간, 서로 엉켜 내 안에서 하나의 새로운 우주로 창조되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은 그렇지 않아도 요즈음 한참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공진화(共進化)/co-evolution)"의 개념과 맞닿아 있기도 했을 뿐만 아니라, 상생(相生)할 수 있는 세상에 대한 고뇌를 풀 수 있는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겠다 싶었다. "공진화"란, 자연과학자 제임스 러브록이 지구전체를 대지의 여신 가이아(Gaia)로 이해하면서 등장하게 된 개념이다. 지구란 그 안에 있는 생물과 무생물 전체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새로운 환경을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대기 중의 산소가 생물의 생명활동에 의한 결과물이기도 하다는 점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가 간다. 땅에 사는 존재가 하늘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지난 주 한겨레신문에 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풍경, 우리들의 초상"이라는 사진과 글이 눈을 끌었다. 한 마리 갈매기가 점처럼 날고 있는 하늘과 구름으로 수평선을 드러낸 바다, 그 바다와 맞닿아 있는 해변, 그리고 그 안에 누군가 홀로 서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작가 고현주의 작품이다. "바람과 빛이 오랜 시간 서로 관계를 맺으며 펴낸 것이 풍경이다. 그 산이 원래 거기 있었던 게 아니다. 끊임없이 일렁이고, 움직이고, 흐르고 반짝이며 만들어 내는 것이다. 얼마나 오래 머무르느냐에 따라 풍경의 색이 달라진다. 동네에서 머물러야 동네사람이 되고 (.....) 머문다는 것은 함께 된다는 것이다. 이 세상 저 혼자 존재하는 풍경은 없다."

"응시"라는 한자는 엉길 응(凝)자와 자세히 본다는 시(視)가 합친 말이다. 무생물의 존재와 풍경도 살아 움직이게 하는 우리의 눈길이 이 힘겨운 세상도 살려 낼 수 있지 않을까? 깊고 오랜 바라봄을 통해서.

/성공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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