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난지, 이종범 지음/시공사
사양산업 종사자인 지인이 하나 있다. 매년 정부에서 발표하는 통계 자료를 통해 자신이 속한 업계의 수명을 계산해 봤더니 앞으로 이 일로 먹고살 날이 길어봐야 5년 정도 남은 것 같다고 했다. 필자는 그가 시한부 선고를 받은 환자처럼 시름시름 앓을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이 친구는 안 그래도 지금 하는 일에 흥미가 떨어져 '어떻게 죽을 때까지 이 짓만 반복하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직업 소멸을 계기로 제2의 인생을 찾게 됐다며 기뻐했다.
몇 개월간의 심사숙고 끝에 그는 '웹툰작가'로 새 출발을 하기로 결단 내렸다. 친구는 최근에 태블릿 피시를 하나 장만해 매일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대체 뭘 그리는 건지 궁금해 사진을 찍어 몇 장 보내 달라 했더니 아직은 그림 초보라 쑥스러워서 보여줄 수 없다며 거절했다. 이처럼 주변에 웹툰작가가 되려는 지인이 있다면 '웹툰스쿨'이란 제목의 책을 선물해주면 좋을 듯하다.
저자 중 하나인 웹툰작가 이종범은 이야기보다는 그림에 이끌려 만화가가 됐다고 책에서 고백한다. 그러다 막상 이야기를 창작하려고 시도해보니 당혹감과 공포가 밀려왔다고. 대체 이야기는 무엇이고 어떻게 쓰는 것인가. 나는 왜 이야기를 쓰려고 하는가. 내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창작의 벽 앞에서 그가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나가는 과정이 책에 담겼다.
저자는 재밌는 이야기에는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다고 분석한다. '누군가 무엇을 간절히 바라는데 얻기는 너무 어렵다', '삶의 균형을 잃어버린 주인공이 다시 균형을 찾는다' 사람들이 흥미를 느끼는 스토리는 대부분 이 두 가지 중 하나에 속한다는 것이다.
왜일까. 우리의 삶과 다를 바 없어서다. 입시, 취업, 승진··· 바라는 건 산더미지만 이룰 수 있는 건 많이 없다. 저자는 "인간은 욕망으로 만들어진 존재다. 잠에서 깬 순간부터 우리는 온종일 욕망한다. '일어나기 싫다'부터 무엇을 '하고 싶다' 혹은 '하기 싫다'고 끝없이 욕망한다. 그중 제 뜻대로 할 수 있는 비중은 고작 2% 남짓. 사람들은 삶이 답답할수록 현실에서 채우지 못한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삶을 확장할 이야기를 찾는다. 이야기 세계의 주인공을 통해 갑갑한 현실을 잊거나 바꿀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웹툰 창작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책. 320쪽.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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